제목 ; 꽃이 문득 말을 걸었다.
지은이 ; 송호근
펴낸곳 ; 문학사상
6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옴니버스 형식의 연작소설이다.
최근 소모되는 시간은 계획성이 없어 보였다. 유튜브와 인터넷을 번갈아가며, 알고리즘을 따라오는 정치적 내용과 아시안컵 뒷이야기 이강인, 손흥민 관련 내용이 전부였다. 나도 모르게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보며 클릭을 하고 보면, 재탕 삼탕 우린 내용의 번복 이다.
차분하게 시간을 보내려면 책과 접해야겠다. 사전 검색한 두 세권의 책을 도서관에서 찾아 열람실 책상에 앉았는데, 주변에 진열해 놓은 책이 눈에 띄인 것이다.
정독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분위기의 책이라 선뜻 집어 들었다.
작가 송호근은 비슷한 세대를 살아온 교수이다. 사회학이란 분야의 학문을 한 사람으로 나로서는 생소하여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기도 하다. 몇 장을 읽어 나가다가 다른 책과 달리 진도가 빨리 나가는 것을 느꼈다. 꽃의 특징을 설명하고 그에 비유한 소설 속 주인공들의 주변을 서술해 나가는데 내 주변과 밀접한 듯한 관계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 들었다.
특히 중반부 이후 등장하는 주인공 들은 전반부의 주인공들이 일손을 놓고 지나간 일들을 회상하는 듯한 착각을 준다.
“이쯤 되면 우리는 노년 문학의 한 양상을 보고 있음이 분명하다 할 수 있다. 노년 문학이 회상과 회한을 주제로 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많은 경우 그 회상과 회환은 노년의 지혜 또는 깨달음을 전재로 이루어 진다.” - 작품해설에서 설명하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해설자는 인생을 경험한 노인이 과연 지혜로울 수만 있느냐는 물음을 한다.
기회만 되면 자주 생각 해 보게 되는 관심있는 화두이다.
산바람에 산벚꽃이 머리채를 흔들었다. 랜턴을 켜보니 떨어진 산벚꽃잎이 마치 눈발처럼 하얗게 주변을 덮고 있었다. 도시 인파에 묻힌 벚꽃은 사람들의 정담을 담아 탐스러운데, 산속에 홀로 피는 산벚꽃은 쌀쌀하고 외로워 보였다. 홀로 피었다 홀로 지니 산속 외딴곳에 서 있는 까닭을 알아줄 이가 없는 탓 인가. [산벚꽃바람] 중에서
이번 글은 꽃 이야기다 동자꽃. 넓적한 부챗살 모양의 녹색잎 사이로 주황색 꽃대를 길게 뽑아 올린 그 놈은 여름 꽃밭 가운데서 단연 으뜸이다. 초여름 햇살에 부지런히 피어난 여름 꽃들이 잠시 시들해진 틈을 타, 칠월 땡볕 아래 보란 듯 길쭉하게 존재를 과시하는 동자꽃의 기품을 따라올 꽃은 없다. 칸나와 달리아 같은 서양종을 제외하면 키가 크고 우아한 자테를 뽐내는 토종 꽃은 드물다. 토종들은 대개 키가 작고 앙증맞아서 화단 바닥에서 겨우 오십 센티미터를 넘지 못한다. 늦봄에 작은 촛불처럼 피는 금낭화가 그렇다. 아기 눈망울 만한 작은 꽃들이 줄기 아래 조롱조롱 달려 피는 그 꽃을 아내 연희는 은근히 좋아한다. 결코 뽐내려 들지 않지만 자태가 화려하다. 드러내려 하지 않는데도 바람이 불면 기어이 발각 되고야 마는 흰색 꽃잎을 누가 누가 사랑스러워 하지 않으랴? [동자꽃 붉은 꽃잎]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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