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천 저수지 뚝방길을 걸어도 시간은 남았다. 점심 먹는 시간을 꼭 정해 놓은 것은 아니지만 아침을 늦게 먹고 어천으로 이동하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 보니 점심을 먹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이었다.
저수지 한 가운데를 가로지른 기찻길로는 수시로 KTX가 주변의 경치와 다르게 소음을 내며 지나갔다. 저수지 뚝방길로 들어서는 길은 펜스로 막혀 있었고 펜스 끝에는 사람들이 다닌 흔적이 남아있어 잠시 망설였지만 이미 차를 정차하고 저수지 주변을 산책하고자 했던 터라 뚝방으로 올라섰다.
평일(목요일) 저수지 낚시터는 붐비지는 않았지만, 늦은 아침에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몇몇 보인다. 저수지 건너편으로 군부대의 건물이 한눈에 들어오고 잠시 후 괭음을 내며 또 KTX가 지나간다. 무심코 내려다 본 물가에는 손바닥보다 커다란 물고기들이 여기저기 죽어있는 모습이 보였다.
사람들은 낚시를 하고, 물가주변으로는 물고기가 죽어 떠다니고 우린 그 주변을 산책한다.
길지않은 저수지 뚝방길을 걷고 나도 시간은 남았다. 카페 뒤 산으로 오르는 작은 오솔길을 발견했다. 주변으로는 벌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 잘린 나무들 사이로 길은 이어졌다. 백여M를 이동하니 가파르게 야산으로 오르는 길이 보인다. 붉은 황토색을 보니, 이 길 또한 닦아놓은지 얼마 되지 않은 임도 개념의 도로다.
잠시 망설이다가 그 야산으로 오른다. 오십여 M를 오르니 작은 야산의 등성이에 설 수 있었다.
가파른 산 아래로 수인선 기찻길과 어천역이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전철역 주변으로 몰려드는 도심의 건물과 다르게 이곳 어천역 주변으로는 개발되지 않은 건물들이 옹기 종기 모여 마을을 이루고 있고, 그 뒷 쪾으로 우리가 돌아보았던 저수지가 넓게 펼쳐져 있다.
주기적으로 만나서 점심을 먹고 일상을 이야기 하는 내 오래된 친구는 10시경 우리 집 앞으로 차를 몰고 왔다. 오늘은 일상적인 대화의 범위를 조금 넓혀가려 다른 친구 한 명을 포섭(?)하였다. 내 식성이 까다롭다고 생각되었는지 점심메뉴는 대부분 나에게 선택권을 주었다. 말이 선택권이지 점심 식사를 할 곳을 정하는 것은 나에게 떠 넘기고 있었다.
염소탕에 대한 의견을 물어본다. 특별히 염소탕을 잘 하는곳도, 그렇다고 내가 염소탕을 특별히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대부도로 가는 장작불로 만든 곰탕을 먹는 다는 것은 어제를 복사하는 오늘과 같은 느낌이 들어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할 것 같았다.
자전거를 타고 안양의 집을 출발하여 산본의 초막골을 지나면 대야미, 그리고 반월 저수지가 나온다. 다시 반월시내와 사사동을 거치고 작은 산길을 지나면 39번 도로변의 신촌낚시터가 나온다. 평소에도 낚시를 하는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다.
39번도로의 옆길을 타고 내려오다가 토끼굴로 39번도로를 관통하면 송라저수지가 나오고 저수지의 좌측길을 끼고 돌면 서해안 고속도로 매송IC 옆으로 난길을 따라가다 보면 송라 초등학교를 지난다.
제법 크게 난 도로는 차량이 다니지 않아 자전거타기에는 더 없이 좋은 환경이다. 그 길은 함백산 추모공원앞을 지나 어천 저수지로 이어진다.
그렇게 자전거를 타고가다 허기가 져서 찾아 들어갔던 해장국 집에서 염소탕을 시켜 먹었던 기억을 살려 오늘 점심을 먹으로 오게 된 것이다. 1만2천원하는 보통 염소탕으로도 불만없이 점심을 해결 하였다. (특 염소탕은 1만 7천원이다)
우리가 차를 마시는 이유는 커피를 공급하기 보다는 대화를 할 장소가 필요한 경우이다. 창이 넓고 층고가 높고 사람들이 많지 않은 장소면 얼마나 좋을까 만은 세가지를 만족하는 그런 장소를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제부도 해안길을 따라 한바퀴 돌아 섬의 서북편으로 가면 제부도 음식문화시범거리라고 명명된 지역이 나온다. 지역의 명과 같이 먹거리가 즐비하게 있는 곳은 아니다. 조금은 한적(?)한 바닷가 도로를 따라 횟집과 몇 개의 카페가 전부인 지역이다. 그중 한 주차장을 들어서면 주차장을 두고 양쪽 편으로 두개의 카페가 있다. 하나는 1층으로 층고가 높고 바다로 난 창이 시원스럽다. 툭터진 홀 안은 넓직하다. 사람들이 적으면 더 없이 좋은 장소이지만 사람들이 많으면 산만하고 대화에 집중이 안된다. 각자의 입장에서 보면 주인과 고객이 상반된 견해를 갖을 수 밖에 없다.
평소보다 기온이 오른 오늘은 바닷가를 찾은 사람들이 많아 카페가 붐빌 것 같다. 하여, 다른 한의 카페로 향한다.
그곳은 2층으로 되어있고, 층고는 낮다. 오밀조밀하게 공간과 공간을 구분하여 놓아 시원스럽지는 않지만 대화에 집중을 할 수가 있다. 2층으로 오르면 바다로 난 창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실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카페의 문이 잠겨 있었다. 어떤 안내문도 없이. 할 수 없이 되돌아와 처음의 그 카페로 들어선다. 역시 사람들이 적지 않다.
오늘은 오후3시가 되면 밀물이 되어 바닷길이 닫힌다고 했다. 4시간후인 오후 일곱 시가 되어야 썰물로 인한 바닷길이 다시 열린다고 했다.
다른 한 친구의 경제에 대한 해박한 관심과 그 대화에 동참을 할 준비가 되어있는 친구와 나, 두시간이 눈 깜짝 할 사이 지났다.
그렇게 하루가 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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