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후 가장 만족할 만한 것은 시간의 자유다. 어떤 것을 하던 조급 하거나 서두르지 않아도 되니 이보다 더한 만족이 어디 있을까? 하루 한 카페를 방문한다는 해외 장기 여행을 하는 은퇴자의 여행기를 보면서 이해가 가지 않았었다. 많은 시간을 채울 일이 없어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서 카페를 방문하는 것으로 미루어 짐작을 했었다.
아직 혼자서는 적응이 안되지만 누군가와 특색 있는 카페를 방문하여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 직장에서 커다란 성과 하나를 달성 하는것 만큼이나 삶에 의미를 부여 한다는 것을 새삼 알아가고 있다. 그 특색이라는 것이 카페에서 다양하게 다가오는 느낌과 함께한 사람들과의 대화 그리고 공간의 확장성 등이다.
봄이 깊어감에 따라 텃밭으로 가는 횟수가 많아진다. 오랫동안 만남을 자제해왔던 산행 모임을 참석하기 위해서도 시간을 내야한다. 그런 때문에 주기적으로 만나던 친구와 오랜만에 점심약속을 한다. 말이 점심약속이지 한나절을 비울 각오를 해야 하는 친구이다.
가까운 식당도 있건만 우리가 생활하고 있는 지역을 벗어나는 것이 그 친구와 만날 때의 습관이다. 오래전 현장을 오갈 때 가끔씩 들리던 우렁 쌈밥집이 모여있는 당진시 신평면으로 간다. 식사 주문을 하고 음식 가격을 본 다음, 삽교호 근처 바다가 보이는 카페를 검색해 본다. 삽교호 공원주변으로 몰려있는 카페에서 한적하게 떨어져 위치한 “ROAD1950”은 가끔씩 SNS에서 모습을 보여주던 카페다. 메뉴를 검색하니 기본적인 차 한잔과 디저트를 챙기면 점심값보다 더 비싸다.
내 눈치를 보며 기어이 계산하겠다는 친구에게 점심값을 넘겼다. 2차로 가야할 카페에서의 계산은 당연 내 몫이니까.
미국의 오래된 다운타운 감성으로 만들어졌다는 주변 경관은 인상 깊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신기해 하고 사진을 찍고 하지만, 호기심이 점점 약화 되어가고 있는 중년 남자 사람들에게는 한낮 장난감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넓은 공간과 바다와 접한 해안 산책로 그리고 멀리 서해대교와 바닷물이 깊숙히 들어와있는 아산만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자연과의 교감이다.
카페의 규모도 답답함을 떨쳐 버릴 수 있는 공간이다. 3층의 높이에 사방이 유리로 통하여 밖을 내다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좌석의 배치 또한 넉넉하다. 일부러 번잡함을 피해 주중, 그것도 월요일을 택하지 않았다면 여유로움을 추구하는 두 중년의 남자는 이 카페로의 방문을 후회했을 지도 모르겠다.
바다를 보면서 두시간의 이야기를 하다가 퇴근 시간에 휘둘일 일을 피하기 위해 일찍 39번 국도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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