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2막

[2021.12.20] 은퇴생활이 힘든 이유중의 하나는

루커라운드 2021. 12. 20. 02:02

그 동안에 달려오며 살던 생활에 관성이 붙어 속도를 줄일 수 없다는 것이다.

많은 기대감을 갖고 은퇴를 한다. 물론 원치 않는 은퇴라면 다른 경우 이겠지만 반 이상 자의에 의한 은퇴는 적지않게 기대를 갖고 은퇴를 한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하루를 보내 보았다. 계획을 세워 날짜를 정하며 친구들을 만나기도 했었다. 트래킹이며 등산을 했었고 책을 읽고 영화도 보았다. (책과 영화의 경우 회사를 다니면서도 할 수 있었던 일이기에 상대적으로 시간 할애가 작았다) 여행과 자전거 타기도 해 보았다. 그동안 소홀했던 텃밭에서 충분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면서 1년 반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하루 하루 열심히 놀아온 시간에 대해 고마워 해야 했다. 그리고 앞으로 남은 세월도 그리 보내며 지낼 수 있어야 한다.

헌데, 돌이켜 보면 뭔지 모를 부족함을 느낀다.

회사에 다닐 때는 우선 회사생활에서 불안함이나 부족함을 느끼지 않는 것으로 하루의 만족을 느꼈다. 커다란 일이 발생하지 않고 무난하게 하루가 지나가고 그 날들이 서른 날이 지나면 그에 대한 평가를 월급으로 보상 받았다. 그런 달들이 지속되기만 하면 된다. 회사에서 그만 나오라고 하기 전까지는..

 

조금 더 노력을 한다면 그런 와중에도 짬을 내어 여행을 갈 수 있었고, 친구들과 모여 저녁에 술 한잔 할 수도 있었으며, 가족들과 외식을 하는 날에는 나름 내가 잘 살아가고 있다는 자부심까지 들었다. 돌이켜 보면 그 평범하게 보인 날들이 노력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휴식을 취하고 싶고 일손 놓길 원했었다.

그런 바램으로 얻은 은퇴의 시간은 내 마음대로 쓰면 된다. 그저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하지 않으면 된다. 하지만 지금껏 달려온 습관으로 시간을 내 맘대로 쓰지 못하고 결과가 없는 행위에 가치를 부여하지 못하겠다. 내가 왜 산엘 가지 않으면 안되는 건지, 지금 내가 왜 산에 가고 있는지, 오늘 계획이 없다면 왜 없어야 하는지, 여행을 한 결과에 대한 보상은 무엇인지, 수시로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헛갈린 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그렇게 목적이 무엇인지 모르면서, 인생전반에 달려오던 속도를 늦추지 못하고 생활 하고 있다.

시간이 답을 줄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가치관을 새로이 확립을 해야 할지 곰곰이 생각 해 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