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에 대한 나의 추억은 어릴때 주위에 선술집이 몇군데 있었던것으로 부터 시작된다. 그때 술종류는 막걸리만 있는 줄 알았다.
양주,맥주,소주.... 사회생활을 하면서 하나 하나 주워듣기 시작한 술 종류들이다.
군대훈련을 받을때, 정확하게 말을 하면 특례보충역필을 위한 3주 훈련을 받으면서 훈련후에 한대접의 막걸리와 김치 쪼가리를 먹으면서..
막걸리와 직접적인 대면을 하게된다. 그저..갈증을 해소하고 남들이 먹으니나도 한잔 그정도의 추억이었다.
지난주 토요일 홀로 관악산에 들어가 산중턱에서 파는 막걸리를 한잔 사 먹었다. 목도 마르고 그저 왠지 한잔 하고픈 마음에서..
그리고 이번주 집사람과 작은 넘과 산행을 하기로 약속을 하고 금요일 저녁 준비물을 챙긴다. 김밥은 두어줄 사면 되고, 냉동된 얼음 물, 초콜릿 과자부스러기..
저번주 산에서 사먹던 막걸리 생각도 나고 이번 산행따라 설막이 갑자기 머릿속에서 떠나가지 않더라. 슈퍼에가서 냉장고를 두리번거린다.
이동말걱리, 서울동동주, xx동동주, 그중에 귀에 익은 서울막걸리가 눈에 뜨인다.
딱...
한병을 사가지고 와서 냉동실에 집어 넣는다. 과연 그들이 입에 하이타이을 물고 떠들정도로 정말 설막은 나에게 또다른 느낌을 선사할까?
아침에 냉동실에 얼려진 설막을 꺼내면서 특별한 기대는 없었다. 그러면서 산행을 하면서 그에 대한 특별한 생각은 냉동된 물로서 갈증을 해결할 수 있었다.
산행이 거의 끝날즈음..
냉동이돼었던 설막은 작은 얼음 조가리가 남아있는 먹기 좋을정도의 상태의 슬러시로 배낭안에 남아있었다. 물론 막걸리안주에 김치가 좋다는 말은 들어 열무김치
몇쪼기리를 락엔락에 준비해갔었지. 적당히 땀을 흘리고 적당히 배고품이 밀려오고 설막한병을 집사람과 나누어 먹을 즈음에는 별 느낌이 없었지만 남은 산행은 ..
일순 내가 보는 모든 물체가 생명을 가지고 있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되고, 제법 아름다운생명체들이 모여사는곳이 지구가 아닌가 하는 느낌을 갖게 한다.
오늘..일요일.
늦은 아침을하고, 어정쩡한 점심을 걱정하는 집사람은 감자전을 준비한다. 갑자기 어제 먹었던 설막에 대한 유혹이 밀려온다. 슈퍼에 가서 설막 두병을 사가지고
온다. 감자전과 열무김치, 서울 막걸리로 점심을 대신하고 벅스에서 40대/가을에 들을만한 음악을 틀어놓고 며칠후에는 더웠던 날을 조금은 그리워하겠지 그런
생각으로 휴일의 오후를 보내고 있다.
막걸리..
서울 막걸리..
설막....
막걸리에 대한 의미의 정립을 다시한번 해본다. 지금 이순간만은 막걸리에 대하여 한없이 칭찬하고 싶다. 아무런 욕심도 없어진다. 근심도 없어진다.
낮게 깔린 흐린가을 하늘에 내가 있을 뿐이다. 남이있는 인생에대한 걱정보다는 이렇게 살아있음에, 그리고 남아있는 날에 대한 자그만한 기대감으로 일요일 남은
오후가 저물어 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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