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독백·외침)

[2004.08.07] 충남 대산 - 출장을 다녀오며

루커라운드 2004. 8. 7. 23:19

 

 

 

갑자기 대산으로 출장 갈 일이 생겼다. 대산은 현장일 때문에 1년정도 지낸적이 있는데 이후 벌써 8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가끔 안면도를 다녀오다가 궁금해서 한번 지나치면서 들른적은 있었지만 내생의 일정기간을 보낸곳이기에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하루정도 처리해야 할 일로서 그리 부담되는량이 아니었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카메라를 챙겨 떠났다.

대호방조제, 석문방조제, 삼길포, 대산...오래전에들어본 익숙한 지명들을 보며 지날수 있겠지.

 

아침 일곱시에 집을 출발하여, 아홉시에 현장에 도착했다. 지킬 것 다 지키고 휴게소에 들려 버릴 것 버리고 갔음에도 겨우 두시간.
내가 그곳에서 근무하던 때만해도 최소한 세시간 반, 주말이면 네 다섯시간, 그리고 한없이 눈이 내리던 어떤 겨울에는 저녁 퇴근후 서울을 향해
가던 직원한테서 온 전화가 다음날 아침에 아산만을 지나가고 있다고 했으니..
서해안 고속도로와 송악IC에서 석문 방조제까지 시원스레 뚤린 도로 덕분일게다.
 
가장 변하지 변하지 않은곳 중의 하나인 대산..그당시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석유화학공단, 정유공장, 그리고 그와 어울어져 살아가는 사람들 모습이 7~8년정도 IMF와 공장증설을 멈춘 그곳의 모습이었다.
최근에는 부동산가격도 꿈틀대고 공단내 가끔씩 보수작업과 몇몇 회사의 증설이 있다고한다.

 

점심먹을 시간이다.
 
난..
칼국수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대호방조제에서 대산을 들어가다 보면 삼길포라는 조그많고 조용한 포구가 하나 있다.
그곳 언덕위에 선창식당이라는곳이 있는데, 막걸리와 쭈꾸미, 그리고 그 쭈꾸미를 데친 물과 바지락으로 끓였다는 칼국수가 맛이있다고 소문이 나 있었다.
그전에 일요일 점심시간이면 그곳으로 가서 쭈꾸미한사라와 막걸리, 그리고 칼국수로 점심을 먹은 기억이 있어 비싸고 맛있는 음식을 사준다는걸 마다하고
칼국수를 먹자고 했다.

 

"전에 먹던 그맛이 아닐텐데요. 주인 할머니는 이제 연로하셔서 주방일을 손놓으시고, 식당도 언덕배기에서 차타는 곳으로 내려왔는데..."
그래도 내가 칼국수를 먹고싶은 이유는 칼국수에 대한 맛보다도 그곳에서 생활하던 기억을 되살리고 싶었기 때문이리라.
칼국수맛?? 괜찮던데??? 그리고 아직도 선창식당으로 칼국수와 주꾸미를 먹으러오는 사람으로 점심늦게 도착하면 주꾸미는 품절..

 

예상보다 한시간정도 늦은 네시반에 일이 끝났다.
이제부터 귀경길을 즐기리라. 늦게 도착해도 상관이 없었다. 내일은 휴무일이었으므로

 

도비도라고 하는 섬이있다.
시원스레 뚤려있는 방조대호방조제(7.8㎞)를 중간에 있는 도비도는 난지도 해수욕장으로 들어가는 길목 주차장에는 난지도로가기위해 몰고온 차들로
꽉차 있었지만,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대호만에 농경지 멀리로는 가을을 예고하듯 몇점의 구름이 한가로이 떠돌고 있었다.
친환경농업을 위해 논에 오리를 키우며, 오리가 기거할 수 있는 우리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방조제 중간에 차를 세워놓고, 바다도구경하고, 전주, 공장, 가옥들이 전혀 보이지 않는 대호만 안쪾으로의 농장을 보면 가슴에 담고 사는 답답한 마음이
모두 빠져 나가는 느낌이 든다. 대호방조제를 뒤로하고 장고항을 지나면 다시 석문 방조제(10.6Km)가 나온다. 이 두방조제의 연장길이가 약18.5Km이니
이곳을 지나오고도 가슴이 답답한 사람은 필히 의사 진단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풍각행위를 하며, 서해대교에서 일몰을 보리라 맘 먹었으나, 서해대교 입구에 다다른 것이 오후 일곱시정도다.
여름의 해는 왜 이리 긴지 아직도 해가 중천에 떠있는 느낌이다. 예의 그길로 아산만을 가기로 했다.
어림잡아, 10분 걸릴 거리를 삽교천, 아산만을 지나 삼여분을 가야 한다. 여기서 약간의 계산 착오가 있었다.

 

해가 지기 시작하면 순식간이라는걸 잊어먹고 있었고 더구나, 악명높은 인주사거리의 교통은 예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두세 번의 신호를 받아야
통과 할 수 있었다. 서해대교가 바라다 보이는 조개구이집이 즐비한 아산만 입구도착하니 해는 벌써 바닷속으로 가라 앉고 옅은 저녁노을만이 서해대교
뒤쪽으로 가물가물 넘어가고 있었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는데 오늘 다녀온 대산은 예의 모습그대로이더라. 그런 그곳의 모습을 보면서 너무빨리, 급격히, 변화에 적응할정도로 움직이는
주변을 보면서, 그런환경의 변화를 내 자신이 만들어 가고 있지는 않는가.. 그런 생각을 해 본다.

 

피곤함 보다는...
오랫만에 지나온 날을 보며 평화를 느끼니 한여름의 더위가 조금은 가셔지는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