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을 하루 남겨 놓은 주말이다. 텃밭으로 가서 갈무리를 하고 겨울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아내는 일주일에 한번 있는 탁구 렛슨을 포기 할 수 없다며 이른아침 탁구장으로 나갔다.
아침 먹은 그릇을 정리하고, 청소기로 집안 구석구석을 밀고 다니고 오랜만에 원두커피를 갈아서 텀불러 물병에 가득 담아 아지트인 옥상으로 올라온다. 난 특별히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다. 다만 원두를 갈고 필터에 담아 끓는 물을 붇는 일련의 행위는 가끔 해 보고 싶은 행동이다.
그동안 옥상을 올라오게 만든 화초의 잎들도 떨어지고 구겨져 단정치 않다. 봄에서 가을까지 새 생명이 태동하는 기쁨과 때로는 화려하게 때로는 소담스럽게 그리고 때로는 안스럽게 감정에 이입되던 식물들이다. 사람도 나이가 들어 가을이 되면 저와 다름 없겠지?
낙엽과 남아있는 줄기들을 가위로 자르고 청소를 한다. 평소 아내가 하던 일인데 생각보다 힘들다.
그 중에는 무성하게 자랐다가 가장 추(?)한 모습을 하고 있는 사랑초가 눈에 띄였다. 지난 여름, 분갈이를 한 후 한동안 꽃대가 나오지 않아 비료를 한줌 뿌렸던 식물인데, 잠깐 몸살을 앓는 것 같더니 무성하게 잎을 올리고 수많은 꽃대다 올라 왔었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다른 식물들 중 가장 추하게 가을을 맞이하고 있다. 빨리 자라고 가장 화려하게 피었다가 가장 추하게 지는 꽃을 보며 순리에 따른다는 것에 대한 생각을 해 보았다. 과연 비료를 주는게 옳았었는지.
하늘에 구름이 끼고 수리산의 관모봉을 올려다 보니 가을색이 완연하다. 아쉬운 것은 몇 년 사이에 집 옥상에서 수리산 사이에 건물이 들어서 온전하게 산을 감상 할 수 없는 것이다.
오후 별 일 없으면 잠시 수리산 속으로 들어가 봐야겠다.
'공상(독백·외침)'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1.12.03] 가출 (0) | 2021.12.03 |
---|---|
[2021.11.03] 횡성역 KTX, 그리고 친구 (0) | 2021.11.07 |
[2021.08.24] 소풍 끝내고 돌아간 지 1년 (0) | 2021.08.25 |
[2021.07.27] 기상이변, 생활환경의 변화 (0) | 2021.07.27 |
[2021.07.18] routine (0) | 2021.07.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