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가을 장마가 소강 상태다. 앞서 가을을 맞이하고 싶은 마음에 반해서 여름은 쉽게 자리를 내어주지 못하고있는 것 같다. 장마 비로 인하여 하늘은 깨끗하지만 습기를 머금은 날씨가 무더위를 느끼게 한다.
하긴, 제법 오래전(냉장고가 대형화 되지 못했던 시절) 추석 음식을 해 놓고 더운 날씨로 변질이 될까 전전 긍긍하던 때가 있었다. 식구들이 둘러앉아 점심을 먹고 나면 더위를 피해 밖으로 나오고는 했었다. 아직 추석이 되려면 열흘 이상은 있어야 하니 감내 (堪耐) 해야 할 더위다.
배추 모종을 심은 다음날부터 비기 내리기 시작했으니, 어린 배추 모종이 잘 견디고 있는지 궁금하여 텃밭을 찾았다. 배추모종의 상태는 우려했던 것 보다 괜찮았다.
[과꽃]
맑은 가을하늘을 배경으로 청초한 붉은 자주색 과꽃을 연상했었다.
몇 해 전 어디서 날아든 꽃씨인지 과꽃이 달랑 한 그루 외롭게 피어 있었다. 그 모양에 눈이가서언젠가는 과꽃을 키워보겠다고 벼르다가 올 봄 인터넷으로 씨앗을 구입하여 이곳 저곳에 뿌렸었다. 꽃이라는 것이 씨만 있으면 이것으로부터 발아 해서 시기가 되면 자연적으로 개화를 하는 것으로 알고만 있었지 제대로 관리를 해야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는 다는 것은 간과하였다.
늦은 여름 발아를 하여 가늘게 자라던 줄기는 언제 꽃을 피울지 모르게 키가 크지를 않더니 최근에 그 여린 줄기에서 꽃이 올라온다. 30Cm ~ 1M정도의 키라고 했는데 텃밭에 있는 과꽃의 키는 한 뼘 남짓하다. 꽃의 색깔 또한 분홍 보라 옅은 자주색으로 원하던 꽃의 색갈이 아니다.
혹시 발아나 개화가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 했던 때에 비하면 꽃의 형태를 보여주니 그나마 다행이지만 내년에는 올해보다 낳은 꽃을 볼 수 있도록 관리하는 방법을 습득해야 하겠다.
[풍접초(족두리 꽃)]
집근처 부동산가게 앞 화분에 아무렇게나 피어난 듯한 풍접초는 어릴 때 보던 그 꽃과 같았다. 지난 가을 수시로 씨를 받아서 역시 텃밭에 뿌렸건만 겨우겨우 꽃을 피웠다. 그릅을 지어 풍성하게 피기를 바랐던 기대와 달리 어찌 해야 할 바를 모르겠다.
[범의 꼬리]
혹시 한 두 해가 지나야 자리를 잡아가는 것이 식물의 특성인가? 지난 봄 옥상의 화분에서 뿌리번식을 하였던 범의 꼬리는 작년 한해 화분보다 못한 개화로 실망을 주더니 올해 텃밭에서는 건강하게 집단으로 개화를 하였다. 범의 꼬리 꽃 녀석에게 가장 불만인 것은 꽃의 크기가 커서 사진을 찍어 놓으면 볼품이 없다는 것이다. 이번 장마로 길게 가로누운 한 녀석은 누운상태에서 꽃의 방향을 위로 하다 비록 정상적은 녀석의 모습은 아니지만 파인더에 적당한 구도로 들어왔다.
꽃아.. 좀 미안하지만 네가 불편하니 내 눈이 조금 편하다.
[붉은 인동]
수수하니 마음이 편하다. 화려한듯 화려하지 않다. 번식력도 적당하다. 언제 꽃이 피는지 언제 만개를 하는지 조용하게 움직이니 생각보다 마음에 드는 개체다. 언제까지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꽈리]
텃밭에 자생을 한지 제법 오래되었지만, 역시 풍성하다는 느낌을 준 적은 없다. 자그마한 키에 그래도 가을이 되면 붉은 열매를 맺는다. 좀더 키가 커 지고 열매도 풍성하게 열려 주었으면 하는 건 욕심인가?
[풍선풀]
멍하니 쳐다보고 있으면 어린시절로 돌아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건 왜지? 그렇다고 어릴때보아 왔던 개체는 아니다. 어디선가 유해 외래종 식물이라고 들었던 말을 기억하니 편한 마음이 반감이 된다. 유해 외래종.. 그래서 잘 커 가고 있는 걸까?
[다알리아]
기대 했던 것만큼 만족을 준 식물이 하나 있으니, 다알리아이다. 꽃씨를 사서 뿌린 것이 가을 텃밭에 주인 노릇을 하고 있다. 오늘은 특히 짙은 자주색 다알리아가 눈을 자극한다. 홀로 있어도 단연 눈에 뜨이는데, 노랑색과 대비가 되니 갑자기, 뜬금없이 관련도 없는 ‘팜므파탈’이란 단어가 머릿속에서 튀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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