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여년전 12월 병자호란이 일어나고 인조는 남한산성으로 피난을 간다. 송파나루(삼전도)에 진을 치고 있는 청의 군사와 대첩을 하고 있는 남한산성의 조정에서 일어나는 기록들을 소설화 하였다.
명분을 버리고 화친만이 살 길이라고 주장하는 최명길과 죽음을 불사하고 항전을하자고 하는 김상헌 두 부류와 그들을 둘러싸고 이어지는 어가의 불안한 논쟁들을 소설에서 읽을 수 있다.
13년전에 출간된 책이다. 도보여행에 한참 관심을 갖던 때이고, 여행중 스쳐가는 문화유산이나 유적지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걸을 수 있다면 여행의 의미가 배가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 책을 구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책과 막역한 인연을 맺지 못하고 오랫동안 책장 안에 묵혀 놓았다. 특이하게 표지의 색갈이 분홍색이고, 작가 김훈의 사진이 책의 측면에 인쇄되어 있어 책장에 눈길이 갈 때 마다 언젠가는 차분하게 앉아 저 책을 읽을 수 있을 날들이 오길 기대 했었다.
이런 저런 일로 남한산성을 지나칠 때나 그곳으로 도보여행을 할 때면 이 책이 떠오르며 마치 숙제를 하지 않고 온 죄책감(?)같은 것이 옅게 마음속에 자락을 깔고 있기도 했었다.
은퇴를 한 후 회사에 함께 근무하던 사람들과 산행 장소를 남한산성으로 정하고는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회생활을 할 때는 바쁘다는 핑계로 읽지 못하고(사실은 책과의 친분이 남달라서 읽지 못했지만) 이제는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댈 수도 없지 않은가?
하여, 늦었지만 산행을 다녀온 후 책을 읽기를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단번에 읽지 못하고 몇 날 몇일을 쪼개어 읽다가 도중에는 영화로 제작된 영상물을 보기도 하였다.
소설과 영화는 독자나 관람자에게 전달하는 방법이 다르다. 어떤 부분에서는 세밀하게 글로 표현한 부분을 영상 속의 대화가 그 표현을 다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고 책 속의 내용 한 부분을 대사 읽듯 전달 한다면 그 또한 얼마나 자연스럽게 느껴지지 못할까? 대신 큰 줄기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부분에서는 영화만큼 전달력이 강한 것이 없을 것 같다.
책을 읽은 후 영화를 보면 영화가 세밀하게 표현하지 못한 부분들이 자꾸 눈에 밟힌다. 그렇다 하더라도 소설을 영화로 만들면 대부분 내용 면에서는 논리적이고 잘 짜여져서 영화를 보는 동안 내용들을 한번 더 생각 해 보게 하는 효과는 있는 것 같다.
작가 김훈은 “이 책은 소설이며, 오로지 소설로만 읽혀야 한다.”고 전제한다. 아울러 “실명으로 등장하는 인물에 대한 묘사는 그 인물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될 수 없다.”고 못 박는다. 하지만 그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역사적 사실이라는 뼈대 위에 탁월한 소설적 상상력으로 살점이 붙어, 그 인물의 언행은 물론이며 행동 사상까지도 사실화 되어 주관적인 역사적 평가를 아니 할 수 없었다.
더구나 소설을 읽는 도중 본 영화 속의 인물은 그 실체성을 더 확고히 해 주었다. 영화를 본 후 읽은 소설 나머지 부분에서는 영화의 한 장면에서 막 튀어나온 인물들이 생생한 이야기로 독자들에게 다가온다.
유적지나 오래된 사찰을 보며 오래전 세대를 살아왔던 사람들의 느낌이 전달 될 것 같다는 것은 감상적인 생각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오래된 사찰이나 역사적 인물이 머물렀던 생가나 활동했던 장소에 가면 어김없이 그 감성이 튀어나오고는 한다.
그러면서도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을 그저 글 속에 있는 문구로 인정해 버릴 수 밖에 없다. 그만큼 준비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부인 할 수 없는 사실은 역사소설이나, 사극, 혹은 유적지와 같은 역사와 관련된 장소에 그 속을 들여다 보려면 시대적 환경과 역사적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느지막히 관심을 갖다 보니 체계적이지 못하고 이해가 빨리 가는 것도 아니지만, 찾아보고 꿰 맞춰보고 역사적 사실을 소설 속 혹은 유적지와 엮어서 생각 해 보는 것이 인문학의 일부라는 생각이 든다.
독서의 습관이나 역사 혹은 사극을 너무 멀리하여 그에 대한 지식이 어설프지만 점점 흥미를 갖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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