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일의 개념이 없이 지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휴일의 첫날인 토요일, 사흘간 조용히 휴식을 보내다가 저녁이 다 되어서 안양천을 걷는다. 오랫동안 걷기를 하지 않았으니 워밍업이라고 해야 할 까 보다.
두달 정도 후로 국토 종주 계획을 생각해 본다. 그동안 걷기에 대한 몸도 단련시키고, 코스에 대한 세부적인 계획도 세워야 한다. 지속적인 걷기에 대한 방안과 숙소를 어떻게 이용해야 할지도 구체적으로 준비해야한다. 준비한다고 해서, 그리고 마음만 먹는다고 해서 생각대로 뜻대로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은 최근에 경험한 텃밭정리에서 교훈을 얻었다.
한시간 정도 걷고 나서 저녁을 먹는다. 천변에 우연히 들른 순대국 집이 꽤나 유명한 집인가 보다. 여섯시가 가까웠는데 제법 너른 홀이 꽉 찼다. 만족스럽게 한그릇을 비우고 다시 한강 방향으로 길을 재촉한다. 한강 합수부 까지는 개략 30 Km로 알고 있다.
욕심 같아서는 시간에 제약이 없으니 길을 나선 김에 그곳까지 가 볼까 생각도 했었지만 오늘은 일단 몸이 허락하는, 너무 늦지 않은 시간이 허락하는 곳까지만 가보자. 충훈부 하구쪽을 지날 때 광명쪽의 새로 지은 아파트군이 화려하다. 하지만 천변에서 나는 냄새는 그 아파트의 모습과 대조를 이룬다. 어릴 적 아버지를 따라 개울을 건너던 생각이 난다. 이 개울과 접하여 종축장 축사가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었고 그 지역을 지나면 자경리, 오촌 당숙이 사시던 곳에 제사를 모시러 가던 길이다.
꼬챙이 고개는 안양 쪽에서 가파르게 오른 야산을 길고 완만하게 내려오는 길의 형태에서 붙여진 지명 일 것이다.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자전거 도로만 이용하던 그 길에 저녁 산책 나온 사람들로 한적함이 없어졌다. 안양시의 하수종말 처리장이 근처에 있어 물비린내를 제외하면 산책로로서 더없이 좋은 환경이다. 더구나 오늘은 근래 보기 힘든 저녁노을을 연출하고 있지 아니한가?
금천 구청역 근처로 들어서니 천변 운동시설에 사람들이 붐빈다. 야구, 족구, 농구, 스케이트보드 등 다양한 운동을 하는 사람들과 주변을 걷는 사람들로 토요일 저녁을 즐기고 있다.
걷기 시작한지 4시간 경과. 서두르지 않는 걸음에 저녁까지 먹었으니 예상했던 거리에 미치지 못하지만, 밤이 늦어가니 걸음을 멈출 때가 되었다. 독산역에서 전철을 타고 명학역으로 되돌아 온다.
장기도보 여행을 위한 워밍업을 시작한것으로 오늘 도보에 의미를 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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