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 놓고 말을 하지 않지만 불신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얼마 전까지 청정 구역이라고 했던 것은 바이러스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이곳에서도 하루 100명 이상의 공식적인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더욱 불안한 건 공식적인 통계에 대한 불신이다.
대통령 지시로 여러 가지 지침을 전달하고 있지만, 다른 나라의 예를 보듯이 확진자의 수는 날이 갈수록 늘어만 갈 것이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한국으로 휴가를 가야 할까 말아야 할까를 고민하다가 이제는 불안을 느낀 회사 직원들이 청와대 국민 청원까지 넣었다.
“해외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을 전세기를 띄워 한국으로 보내 주세요!” 라고.
내가 한국에서 이곳 숙소로 올 때 까지만 해도, 현지 어느 곳에서도 마스크를 쓴 사람들을 보기 힘들었다. 공항을 빠져 나와 6시간동안 육로로 이동하면서, 주유소, 화장실, 식당을 들렀을 때 마스크를 쓴 나를 마치 환자를 대하는 듯하던 그들이었는데..
약 2400명(100여명의 한국인, 700여명의 필리핀, 인도, 터어키 등 삼국인, 그리고 1600여명의 현지인)으로 운영을 하던 현장에 최근에는 현지인들은 현장에 출근을 하지 않는다.
다른 곳으로 갈 곳이 없는 한국인과 삼국인들 만이 집단 생활을 하면서 공사를 하고 있다.
일 주일 정도 지나고 나니, 현지인중에서도 꼭 필요한 사람들과 무슨 이유에서 인지 모르지만 현장에 출근하는 현지인들이 한 두명씩 보이기 시작하더니, 오늘은 눈에 띄게 현지인들이 늘어났다.
이를 본 삼국인들이 술렁이기 시작한다. 함께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불과 두주 전까지만 해도 삼국인 기술자와 현지인의 보조인력이 한 팀을 이루어 협업을 하던 사람들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로 전파가 되다 보니 믿음이 깨지고 누가 누굴 경계해야 할지 판단이 서질 않는다.
아직 공동 생활을 하는 인원 중에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현재도 이러한데, 강한 불신으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까봐 걱정이 된다.
누가 적군이고 누가 아군인지 판단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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