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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26] 원래 조급한 성격을 가졌던 사람인가?

루커라운드 2019. 11. 26. 11:30

내가 본 나는 두 가지의 성격을 잠재적으로 가지고 있던 사람이었던 것 같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같은 직장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동기가 1,200여명에 이른다.

그들 속에서 난 두각을 나타낼 수 없었다. 굳이 순위를 매기자면 중간하층에 속했고 7년동안 병역특례로 근무하는 중 상위 20% 정도를 차출하여 회사에 콜을 받았으니 결국 나는 그 무리에 끼지를 못 했다.

그리고는 다른 회사로 이직을 준비하는 동안 건강의 이상을 발견하여 젊은 나이에 사회로부터 나를 내려 놓을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맞이 했다. 젊은 나이에 건강에 대한 우려로 인하여 삶에 대한 의욕은 극도로 저하되었고 매사에 조심을 하는 생활방식 때문에 되돌아 보면 이시기는 지루한 삶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결혼을 하고는 야망이나 욕심 보다는 평범한 직장 생활에 순응 하였고, 진급이나 승진을 위한 노력보다는 나의 건강을 추스리는데 전념을 하였다. 이런 삶의 환경이 본래의 나와 다르게 느슨함 을 갖게 한 것 같다.

 우연한 기회에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나은 직장으로 이직을 하였고, 업무 또한 적성에 근접하는 업무를 하다 보니 차분하고 느슨함은 지속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젊은 사람들의 생활 방식으로 보면 조금은 지루하고 답답하다고 볼 수 있지만, 인생의 불만 같은 것은 없었다. 나보다 많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틈에서 그냥 내가 존재 할 수 있는 것으로 만족을 했다.

 최근에 난 그 어려운 직장에서 경쟁(?)을 하다 퇴사를 한 동료들과 달리 정년까지 일을 할 수 있었다. 이는 내가 하는 업무가 일반적이지 않은데다가 나름 본연의 업무에 신중하게 접근을 하니 정년 후 2년 정도를 더 근무할 수 있는 운도 따라왔다.

 결과가 이러하니 주위에서는 그것을 능력으로 평가하고 인정해 준다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 주변의 이러한 평가로 마음은 고무되어 있었고 그런 주위의 분위기에 편승하여 나도 내가 잘해서 현재의 위치에 있게 된 듯 자신을 과대평가 하게 된 것 같다.

 지난날에 대한 평가와 남아 있는 날들에 대한 나의 평가가 더욱 좋게 보여지기 위해 애 쓰는 모습은 은연중 행동으로 스며 나오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능력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 능력을 인정받으려 부지런히 머리는 움직이는데 몸은 따라주지 못한 행동에서 조급함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공간지각능력이나 젊은 사람들과의 소통능력은 점점 퇴화 되어가고 있음을 스스로 인지하는 것도 조급함을 부채질 한다 

아이러니컬 하게도 젊어서 환경으로 행했던 비움을 나이 들면서 주변을 인식하게 되고, 그로 인하여 무엇인가 가득 채워 넣으려는 욕심이 생긴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최근 몇 년을 이와 같은 분위기에 길들여진 나는 일손을 놓게 되는 날까지 쉽게 내려 놓기는 힘들 것 같다. 머리로는 놓고 비우고 가벼워져야 한다는 것에 대해 일말의 이견도 없지만 몇 년 동안의 습관이 쉽게 행동의 방향을 바꾸어 놓지 못 할 것 같다.


빠른 시간 안에 내가 현재의 상황을 탈피 해 나가야 하는 이유이다. 삶의 환경을 바꿔야 조급함이 없어 질 것 같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