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보내기가 그리 지루하지는 않다.
일에 몰두하여 시간을 보내서 그런 것도 아니다.
일을 한 것도 같고 안 한 것 같기도 하다.
요즘 내가 맡고 있는 일의 실체가 그러하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내 손에서 보고서의 결과가 나오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성과대한 분석 결과와 부진한 공종에 대한 사유, 대책 그리고 그에 대한 근거 Data. 회의자료, 본사보고서 이런 것들로 적게는 하루 한 건 이상의 결과물이 내가 일한 흔적이었다.
정년이 지나고 계약직으로 일을 하면서 일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다. 일의 결과물은 당연히 젊은 친구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명분상 난 그 결과물에 대한 검토와 조언을 하게 되어있다. 하지만 그 결과물은 Data에 의해 산출된 것으로 잘못될 확률은 거의 없다. 단지, 분석에 대한 의견이 작성자의 견해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다.
계약직으로 한 해를 보내고 한해 더 연장 계약을 하면서 이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미약(?)하게나마 피력을 하였다. 굳이 미약하게 라고 쓴 이유는 적극적인 일에 대한 고사가 아니어서였다.
한 해를 더 하면 경제적으로 노후가 조금 더 풍족해 질 수 있다는 현실과 내 손에서 보고서의 결과가 도출되지 않아 자존감이 떨어질 수도 있는 현실을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가게 될지 미루어 짐작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미약하게나마 일에 대하여 고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한해 더 계약을 연장하자고 한 것은 젊은 직원 두 명이 현장에 대한 보고서를 확신을 가지고 결과를 도출 하기에 미흡하다고 생각되었는지, 아니면 제법 오랜 회사 생활을 하던 나를 정년이 되었다고 집으로 보내는 것이 도리가 아니었다고 생각해서였는지 나로서는 쉽게 헤아릴 수가 없다.
여하튼 그랬다.
그래서 내 생각으로는 딱히 내가 더 근무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상황이며, 더구나 예산이 부족하여 어려움을 겪는 현장에서 한 해를 더 근무 하기로 계약을 하고 4개월이 지났다.
다시 서론으로 돌아와 하루 보내기가 그리 지루하지는 않다.
근무시간 중 많은 시간을 인터넷 검색한다. 업무의 대부분이 컴퓨터를 가지고 하는 업무의 특성상 화면을 들여다 보고 있노라면 다른 사람들은 내가 업무에 빠져 있는지 사적으로 인터넷을 검색하고 있는지 쉽게 구분을 할 수가 없다. 물론 분위기 상으로 짐작은 하겠지만..
주로 은퇴 후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익스트림한 여행기(자전거여행, 백 패킹, 트래킹) 그리고 버킷 리스트를 수립하는 일들이 대부분이다. 가끔은 사진정리와 블로그에 사적인 글을 올리는 일도 하며..
그러다 보니 가끔씩은 내가 이렇게 지내도 되는 건가 회의가 들 때도 있다. 지금 하는 행동(일)이 내생에 얼만큼 도움이 되고 있을지 궁금하다. 결과적으로는 일에 대한 성취욕보다는 경제적으로 조금 더 풍부해 지기 위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오래 전,
나이를 든 분들이 눈에 보이는 성과물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기억을 되돌이켜 본다.
과연 저분들은 어떤 생각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지 궁금하기 까지 했었다.
지금 젊은 사람들이 나를 보는 눈이 과연 그러하지 않을지 조금은 미안한 마음도 든다.
남아 있는 8개월이 지나간 8년보다 짧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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