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알제리

[2018.11.02] 우렁각시

루커라운드 2018. 11. 3. 01:02


 이것은 너의 것이다


현장 생활을 하다 보니 퇴근시간 이후 국내 같으면 가족과 함께 있어야 할 시간에, 현장 내에 설치된 숙소에 있어야 한다. 짧게는 3개월 길게는 4개월 동안의 근무를 마치고 2주동안의 국내로 휴가, 또다시 현장숙소에서의 생활..

 

현장의 숙소에 적응하는 직원들의 형태는 다양하다.

크게 두 부류로 나눠보면,

한동안은 이곳이내 집이다라는 인식을 갖고 생활하는 사람과 잠시 일을 위해 일시적으로거취한다라는 인식을 갖는 사람.

어차피 주어진 환경이고 바꿀 수 없는 환경이라면, 전자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 적응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사람의 인식이 어찌 마땅한 방향으로만 적응 할 수 있겠는가?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후자의 마음가짐으로 하루하루를 채워가고 있다.

 

두 부류로 분류 하고 극단적인 표현을 했지만, 여하튼 그런 분위기다.

 

전자의 사람들은 휴일이면 손수 자신의 빨래 한다. 건조대에 빨래를 널고 책을 읽는지 대부분 방에 기거 한다. 후자의 사람들은 세탁물을 담아두면 공동으로 빨아서 건조해 방으로 가져다 주는 방법을 이용하고 있다.

 

방을 청소한 현지인들은 평일 우리가 출근하면, 샤워장과 방을 청소하고 쓰레기 통을 비운다. 그리고 세탁물을 수거하고 건조해서 다시 방으로 가져다 놓는다. 우리같이 게으른 사람들이 흐트러 놓은 침구를 정리하는 건 기본이지만 사람의 성향에 따라서 책상을 닦고 정리해 주기도 하고, 널부러진 옷장을 정리 해 주기도 한다.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해서 가끔씩 책상 위에 얼마 되지 않는 지폐를 올려 놓으면 몇일동안 그 지폐는 그 자리에 있다.

 

번역기를 돌려 프린트 한 종이와 함께 놓으면 그날은 지폐가 주인을 찾아간다.

그렇게 하기를 몇차례 어제는 글씨가 적힌 휴지 옆으로 단순하지만 기능에 충실할 것 같은 유리컵이 하나 놓여있었다.

통역을 하는 직원에게 내용을 물어보니, "이것은 너의 것이다?" 라고 쓰여 있다고 한다. 아마도, 성의에 대한 회답인 것 같다.

 

얼굴도 모르는 내 방을 청소해 주는 우렁 각시와는 그렇게 문자로 대화를 한다.



 방 청소해 주시느라 고생하셧습니다. 작은 성의 입니다.

 이것은 내 것이 아닙니다(세탁물이 잘못 배달되었음)

 방향제 뿌리는것을 삼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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