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을 몇일 남겨놓지 않은 그 산은 온통 짓푸른 녹색으로 가득 차 있었다.
몇발자욱을 움직이니 우거진 숲사이로 잠시 파아란 하늘과 몇점의 뭉개구름이 보이는듯하더니 이내 또다른 나무와 숲이 하늘마저
가려 버렸다.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육산의 임도와 산길을 걷고 또 걸었다. 그렇게 걷고있는 내 등 뒤에서 누군가가
끊임없이 잡아 당기는듯, 앞으로 나가는 걸음걸음이 한없이 무거웠다.
이태전 석룡산을 그것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석룡산행을 결심한 이유는 두가지 였다. 사람의 구전을 덜거친 산에서
사람의흔적을 쉽게 볼수었겠지 하는 기대감과 조무락골에 대한 조금은 과장되게 표현한 글에 매료된 때문이다.
[석룡산]
석룡산(1,120m) 자락을 흐르는 가평천의 최상류에 있는 험난한 계곡으로 6㎞에 걸쳐 폭포와 담(潭)·소(沼)가 이어진다.
산수가 빼어나 새가 춤추며 즐겼다 하여 조무락이라는 이름이 생겼다고도 하고 산새들이 재잘(조무락)거려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한다.
넓은 물줄기가 좁아지며 폭포수가 돌아흐르는 골뱅이소와 중방소·가래나무소·칡소 등이 이어지는데, 복호등폭포에 이르러 물줄기가
바위에 부딪쳐 부챗살처럼 퍼지는 모습이 계곡미의 절정을 느끼게 한다. 소마다 암석과 수목에 둘러싸여 있으며 바위틈새에서는
한여름에도 한기를 느끼게 하는 찬 바람이 나온다. 계곡 주변의 크고 넓은 바위나 공터에서 야영할 수 있다.
[출처 - 네이버 백과사전 http://100.naver.com/100.nhn?docid=759782]
그때..
봄의 중심에서 빗겨나 초여름의 경계로 들어가는 산불경방기간(警防期間)으로 입산통제기간임을 모르고 갔다가 아쉬움에 맞은편
한북정맥의 한구간이며, 무주채 폭포가 있는 국망봉에 올랐었다.
그 황량한 기분은
목적하였던 산행이 수포로 돌아간 이유와 많은 사람이 정상적인 코스로 택하는 포천 이동의 반대편에서 사람의 발길이 뜸한 길을
어렵게 올르면서 초여름의 목마름으로 지루했던 그 산행느낌 때문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것 또한 하나의 추억이 되어버렸건만 멀리서 울려오는 으스스한 포성과 주변의 분위기 (군용 벙커가 여기저기
놓여있었고, 정상에 있어야 할 정상석도 어디론가 움직여 보이지 않음)는 평일 이었음에 더욱 스산하게 느껴졌었다.
두해를 별러 다시 찾은 석룡산에서 정상을 오르는 동안 갈망하여 내가 본것은 화학산 정상의 송신소탑과 능선에 서있는 나무들
그리고 가끔씩 열리는 하늘의 모습뿐이었다. 오랫동안 꿈꾸워 왔던 환상은 어렵게 오른 정상에서 더욱 확연하게 실체를 드러냈다.
정상석이 있는 그 산의 정상에서 전후좌우를 둘러봐도 나무들로 가리워저 주변을 조망할수없었다.
능선을 내려와 산새들이 재잘거린다는 그 계곡을 지날때는 계곡의 웅장한 물소리가 자연의 소리로 보다는 거친계곡의 물흐름소리가
소음으로 들려왔다. 산행으로 몸이 제법 지쳐있음을 알수 있었다.
늦은 여름휴가..
그것도 억지로 만들어 낸 휴가에 아이들은 이미 학교로 등교를 시작했고, 이틀동안 게으름을 피우던 끝에 찾았던 산행은
십여리에 달하는 깊은 계곡의 아름다움도 마다할 정도로 지친 몸을 추스리며 힘겹게 마무리를 짓는 산행이 되어버렸다.
오죽했으면, 좋아하던 사진을 겨우 다섯장으로 마무리 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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