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도 사흘만을 남겨놓은 토요일 저녁이다. 일을 마치고 들어온 숙소는 지난 주와 달리 후덥지근하다. 여름으로 접어 드는 것 같다. 각자 휴식을 하거나 같은 생각을 갖은 사람들끼리 삼삼오오 모여서 소통(술을 마시거나, 운동을 하거나, 게임을 하는)하는 주말저녁 갑자기 할 일이 없어진 것 같아 이어폰을 끼고 숙소를 나선다. 아직 여름이 오지 않았건만 낮은 왜 그리 긴지 아홉 시가 다 되어 가건만 현장 너머 서편으로는 이제야 저녁노을이 져가고 있다. 한동안 바람은 모래를 운반해와 그 꽃 주위를 덮어 생존을 방해 하는 듯 하더니 계절이 지나가고 지속적으로 물을 주고 돌보니 언제 모래사막 이었냐는 채소와 곡식류 그리고 꽃들이 자릴 잡아 가고 있고, 그들에게 기대어 사는 곤충들까지 밀려 든다. 날파리에서 부터 벌 나비 새 그리고 고양이 심지어는 메뚜기에 버마제비까지..
사람과 마주치지 않았다면 천년 만년 그렇게 사막의 형태를 띄우고 있을 이곳에 간이 숙소를 만들고, 삭막한 숙소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풀이며 꽃을 심었다.
걷기를 시작한지 한 시간이 지나서야 밀 익는 소릴 들을 수 있었다. 밀 익는 냄새라는 글을 왜 밀 익는 소리라고 써야 하는지 알 수 없지만, 교과서 어느 한 줄에서 밀 익는 소리라고 써 있었던 것 같다. 꼭 이런 상황이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냥 밀 익는 소리라 쓰고 싶다.
내 밀 익는 소리를 예전에 글로 읽었지만 지금은 밀 익는 소리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황량한 사막 위에 뿌려진 밀알이 발아를 해서 햇볕을 안고 자라, 작은 바람에 서로를 부딪히며 생성되는 자연의 내음, 그건 분명 밀 냄새다.
일상의 생각을 비우기 위해 아무 생각 없이 한 시간을 움직이고서야 비로소 자각 해 보는 냄새다. 먹기 위해 심어진 밀이 아니니, 사막의 색깔과 같이 누렇게 변해버린 밀은 곧 베어질 것이다
그리고, 이어 유월이 올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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