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투루크메니스탄

[2016.05.28] 밀 익는 소리

루커라운드 2016. 6. 4. 11:04


5월도 사흘만을 남겨놓은 토요일 저녁이다

일을 마치고 들어온 숙소는 지난 주와 달리 후덥지근하다. 여름으로 접어 드는 것 같다.  각자 휴식을 하거나 같은 생각을 갖은 사람들끼리 삼삼오오 모여서 소통(술을 마시거나, 운동을 하거나, 게임을 하는)하는 주말저녁 갑자기  일이 없어진 것 같아 이어폰을 끼고 숙소를 나선다

아직 여름이 오지 않았건만 낮은  그리 긴지 아홉 시가  되어 가건만 현장 너머 서편으로는 이제야 저녁노을이 져가고 있다.

사람과 마주치지 않았다면 천년 만년 그렇게 사막의 형태를 띄우고 있을 이곳에 간이 숙소를 만들고, 삭막한 숙소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풀이며 꽃을 심었다

한동안 바람은 모래를 운반해와  꽃 주위를 덮어 생존을 방해 하는 듯 하더니 계절이 지나가고 지속적으로 물을 주고 돌보니 언제 모래사막 이었냐는 채소와 곡식류 그리고 꽃들이 자릴 잡아 가고 있고, 그들에게 기대어 사는 곤충들까지 밀려 든다. 날파리에서 부터  나비  그리고 고양이 심지어는 메뚜기에 버마제비까지..

 







 
걷기를 시작한지 한 시간이 지나서야   익는 소릴 들을 수 있었다.   익는 냄새라는 글을   익는 소리라고 써야 하는지 알 수 없지만, 교과서 어느 한 줄에서  익는 소리라고 써 있었던 것 같다. 꼭 이런 상황이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냥  익는 소리라 쓰고 싶다

 밀 익는 소리를 예전에 글로 읽었지만 지금은 밀 익는 소리를 알  있을 것 같다.  황량한 사막 위에 뿌려진 밀알이 발아를 해서 햇볕을 안고 자라, 작은 바람에 서로를 부딪히며  생성되는 자연의 내음, 그건 분명  냄새다.
 

일상의 생각을 비우기 위해 아무 생각 없이 한 시간을 움직이고서야 비로소 자각  보는 냄새다먹기 위해 심어진 밀이 아니니사막의 색깔과 같이 누렇게 변해버린 밀은  베어질 것이다

그리고이어 유월이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