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듸심기>
제법 오래된 고등학교 동창생들의 모임에서는 지난 목요일과 금요일 그리고 토,일요일 7쌍의부부가 중국으로 여행을 떠났다. 난, 텃밭 때문에 참석을 못한 건 아니고 징검다리 연휴를 포함해서 닷새의 휴일을 보내고 월, 화요일은 1박2일 팀 세미나로 사무실을 비워야 하는데 다음날 출근했다가 다시 이틀을 휴가내기가 좀 그래서.. 친구부부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일단 포기했다.
2개월간 텃밭을 오가며 아무나 텃밭을 가꾸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텃밭도 연륜이 붙어야 어려움도 덜 하다는 생각과 함께…
하지만 이거... 힘은 엄청 드는데 중독성이 있는 것 같다.
6월초 연휴 나흘 동안 불과 5~6M의 폭에 여섯 고랑 심어놓은 잔디밭의 잡초를 뽑고, 뽑고, 또 뽑아 세 고랑을 남겨두고 돌아왔었다. 이번에는 나머지 세 고랑을 마무리 하고 남는 시간에 평소 눈 여겨 보아두었던 일을 할 계획을 잡고 횡성텃밭으로 향한다.
이른 아침 눈을 뜨면
금요일 퇴근을 하고 집에 도착하여 저녁을 먹으면 아홉 정도가 된다. 준비해 놓은 이틀동안 그곳에 머물 옷이며 밑반 찬 그리고 필요한 물건들을 싣고 밤길을 달려 횡성에 도착하면 열두시전후가 된다. 주변인식이 안되는 칠흙같은 밤 일때가 있고 가끔은 보름달이 떠 형체라도 알아볼 수 있는 달밝은 밤일때도 있으나 도착즉시 짐을 풀고 바로 잠을 청한다.
새들은 왜 새벽 동이 트기 전에 가장 크게 지저귀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주위가 너무 조용하니 상대적으로 새소리가 크게 들리가보다. 이렇듯 이른새벽 눈을뜨면 새소리만 들린다. 일주일 동안 변화된 텃밭의 모습이 궁금하여 귀찮고 힘든 몸을 일으켜 세운다.
집이라면 귀찮아서라도 늦은 잠을 청하게 될 것을..
주변 상황을 유심히 관찰하며 새로이 눈에 띄는 풀포기며 꽃을 보고, 변화가 있는 나무며 주위환경을 돌다 보면 자연히 삽이나 호미로 손이가게되어 한 두시간을 일하다 보면 아침먹을 때가 된다. 그렇게 시작한 일은 하루종일 지속이 된다. 해가 머리위에 올라 더위가 극에 달 할때는 그늘에서 바람을 쏘이거나 쉬고는 하지만..
그리고는 나에게 자문을 한다.
육체적으로 그렇게 많은 일을 해본 적이 있었을까?
텃밭 주변의 야생화
시간이 흐르고 계절이 바뀌면서 끊임없이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 자연의 이치다. 자연과 접하기 어려운 도시의 생활에서는 이와 같은 변화를 쉽게 감지하기 힘들다. 한 주에 한번씩 텃밭을 유심히 들러보면서 느낀 것은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주에는 자주색 초롱꽃이 봉우리를 매달았다. 풀포기로만 여겨졌던 용머리는 꽃을 피우면서 관심이 간다. 황금달맞이 꽃의 무리를 보면서 토종이 아닌 꽃을 누가 여기까지 옮겨왔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개울가에 집단으로 화려하게 핀 금계국이 텃밭근처에 외롭게 피어있다. 으아리 넝쿨은 지주대를 설치해 주지를 못해 땅을 기면서 가냘푼 꽃을 피워 올렸다.
몇그루가 밀집해서 올라온 저 풀은 도저히 내 상식으로는 알 수가 없어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려 질문을 하였지만 확신 있는 답글이 올라오지 않는다. (산수국, 곰보배추, 꿀풀, 박하, 하고초, 석잠풀..등등이라고 하건만) 잎의 형태로만 판단하기 어려운 저 풀은 아마도 꽃이 피면 좀더 확신이 있는 이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지난주에 마주친 뱀딸기 열매는 아직도 한창이다. 지난여름 환상적인 분위기의 꽃을 피웠던 뻐꾹나리는 그늘에서 건강하게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있다. 하얀색과 노랑색이 어울어진 인동초,아직은 풀숲에 보호색으로 숨어 자세히 보지 않으면 눈에 띄지 않을 꽈리열매 지지할곳만 있으면 손을 감으며 타고오르는 오이며 수세미, 그리고 주렁주렁 열려 붉은색으로 변화를 기다리는 방울토마토...
모든 것이 지난주와 변화된 모습들이다.
텃밭에는
옥수수, 감자, 가지, 오이, 토마토, 도라지, 더덕, 상추, 여주, 수세미, 우슬, 파, 열무, 넝쿨콩, 참깨, 콩, 고구마, 오미자, 곤드레나물, 작은 텃밭에 고루고루 조금씩 심어 보았다. 욕심일수도 있지만 처음 텃밭을 만들면서 꼭 한번 심어보고 싶었던 식물들을 여한없이 뿌리고 모종을 사다 심었다.
넝쿨을 타고 오르는 식물근처에는 지주대도 만들었다.
가장 잘 자랄 것으로 믿었던 열무는 주기적으로 물을 주지 못하고 약을 치지 않아 억세고 벌레먹은 잎으로 볼품이 없어졌다.
그 나머지 식물들은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 시작한다. 평범하고 이론적으로 당연한 이치임에도 신기하고 경이로운 마음이 든다.
경제적 논리로 따지면 당연히 이득을 낼 수 없는 텃밭을 굳이 가꾸는 이유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텃밭에 물주기
아무리 텃밭이 작다고 해도 식물에 물을 주는 일은 만만한 일이 아니다. 때로는 물을 주는 일로 반나절 이상이 소요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스프링크라를 하나 사서 연결을 해 놓으니 그림 같은 모습으로 주변에 물을 뿌린다.
칙칙칙~~~ 하면서 돌아가며 급수를 하는 스프링크라는 신기하게 바라보면서 주변이 흠뻑 젖기를 기다렸다가 다른 곳으로 옮겨 놓기를 번복했다. 남양주에서 이미 몇 년동안 텃밭을 하고 있는 노련한 친구는 분수호스로 급수하는 동영상을 자랑스레 카톡으로 보내왔다. 난, 이미 스프링크라를 설치해 놓았다고 으슥되며 회신을 했으나 돌아온 답은.. 골고루 물을 뿌려주는 것이라던가 연결을 해 놓으면 옮겨놓으며 물을 줄 필요가 없다는 답신이 돌아왔다.
열심히 공부 했다. 관수 파이프, 분수호스... 그리고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관련 관련물품을 듬뿍 주문했다. 이틀후 집에서 짧막한 문자하나 날라온다.
농 자재에 대한 인터넷 쇼핑...이제 웬만하면 그만 하시지.....!!!!
아주아주 오래전에 배관이라는 일을 해본 자신감에 연결하고 물을 주어보니 스프링 크라보다 좋기는 한데 이것 저것 개선해야 할 점이 눈에 보인다. 물론 그 개선 이라는게 농자재를 구입해야 가능한 개선..
이번에 집으로 택배물품이 배달되면 어떤 퉁명스런 문자가 전달이 될지 조금 염려가 된다.
과일 봉지 씌우기
올해 심어 몇년이 더 걸려야 수확(?)을 할 수 있는 유실수를 제외하고 배나무 3그루, 복숭아 나무2그루, 모과나무대여섯그루, 사과나무 2그루가 탁구공 만한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 작년 이맘때는 돌보는 사람이 없어 제법 많이 달렸던 과일은 벌레가 먹고 바람에 떨어져 나갔다. 나무가 그런 나무인줄 알고 있었는데 주위에 사람들이 과일을 수확을 하려면 벌레가 성하기 전에 봉지를 싸 주어야 한단다.
급히 배봉지와 복숭아 봉지를 구하기는 했는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싸주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배 과수원을 하고 있는 처남을 바쁜 시즌에 배나무 두개를 봐 달라고 오라고는 할수 없는법..
일단 올해는 내 방식대로 싸주기로 했다. 결과를 보고 년에는 보완을 하던지..
그나마 사다리가 없어 키보다 높이 달린 것에 대해서는 봉지 싸주는 것을 포기했다. 결과를 보고 거름을 주는 법과 가지 치는법 그리고 배봉지 싸는 법을 점차 익혀야겠다.
걱정이다.
내 상상을 뒤없고 얼굴만한 잘 익은 배를 서터트럭이나 수확을 하는 것이 아닌지.. ^&^
어망(고기잡는)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잠재적으로 가지고 있던 욕심이나 욕망을 자제해야 함을 배우고 실천하려 노력을 하게 된다. 그 욕심이나 욕망이 자신을 힘들게 하는 것을 깨닫기에는 제법 많은 시간이 지났건만 지금도 문득문득 그 욕심의 둘레에서 무의식적으로 헤어나지 못하는 나를 발견한다.
지난번 저수지에서 물고기를 잡은 이후 그 욕심은 또 하늘을 찌를듯하여, 결국 어망을 제법 큰 것으로 장만을 했다. 그리고는 텃밭을 일구느라 창고 안에 보란듯 보관을 해놓았다.
언제 쓸지도 나도 모르겠다.
피부관리
원래 피부가 Poor해서 조금만 햇볕에 노출이 되도 쉬이 변색이 된다. 개중에는 변색이 될수록 중후(?)하다거니 엔틱한 피부를 소유한 사람들이 있는 것도 같은데, 나의 피부는 노출시키는 즉시 품질 저하의 형상으로 나타난다. 선 크림을 바른다거나 노출을 줄이는 과정을 게을리 하지 않아도 그럴진데 무슨 깡다구로 그냥 햇볕에 노출을 시키는 과정을 주말마다 하다보니 1년 365일 밭에 나가 일하는 농부보다 더 농부틱한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다.
최근 정년이 늘어난다고 하여 아직도 4~5년은 직장생활을 더 해야 하는데 텃밭에 피부를 노출시키고 돌아오면 30년경력소유한 농부틱 해져가는 모습을 보면서 좀더 피부보호에 신경을 쓸걸 하면서 후회를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다음주부터라도 조심을 해야겠지만 그곳에 가면 자동적으로 피부 는 뒷전이고 습관적으로 땡볕으로 튀어나가는 때문에 쉽게 관리가 되지 못 하는 것 것 같다.
이번주에는 피부관리라도 받아야 하나???
한평정도 지붕을 만들어 비를 가린 창고바닥에 우레탄을 칠하기 위해 준비해간 칠은 결국 마무리 짓지 못하고 다음을 기약하였고, 옥상화분에 있던 국화는 텃밭부근의 공터로 옮겨 심었다. 또한 옥상화분에서 채취한 하늘 매발톱의 씨앗은 경계선 부근이 뿌려놓고, 잔디를 심은곳에는 풀을 뽑고 나서 비료를 주었다.
매일 매일 마음은 텃밭으로 향하지만 돌아오는 주는 고등학교 동창모임과 지인자제의 결혼식으로 갈수가 없으니 한주 를 걸러뛰어야 할 것 같다.
그 다음주 그곳에 얼마나 많은 변화가 일어날지 궁금함과 기대감이 함께 몰려온다.
<넝쿨식물 지주대>
<뱀딸기>
<수세미넝쿨>
<방울도마도>
<금계국>
<으아리>
<뻐꾹나리>
<황금달맞이 꽃>
<붉은초롱꽃>
<용머리>
<배 봉지싸기>
<복숭아 봉지 싸기>
<인동초>
<꽈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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