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간다]
금년봄은 참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만 느껴진다. 시차를 두지 않고 한꺼번에 피어버린 꽃들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한식날은 아버님 산소에 갔었다. 유독 올해 더 잔디가 죽어 보이는 바람에 근처화원에서 떼를구해 입히다보니 하루가 훌쩍 지나갔다.
주일인 다음날은 친구딸의 결혼식에 다녀오니 점심과 저녁의 중간에 와 있었다. 홀로 집에 남은 안사람은 수리산을 돌아와서, 오늘이 지나면 수리산의 봄은 볼 생각을 말라며 등산화를 벗기도 전에 그곳으로 가자고 한다. 사월중순의 오후 햇살을 받으며 연록으로 변해가는 산으로 갔다.
[시각이 변한다]
지나고 보니 보는 시각이 변하긴 하는가 보다.
한곳을 집중해서 보던 때가 있었고, 꽃을 CloseUp해서 본적이 있었다. 꽃의 군락을 담았던 적이 있었고 푸르름이 더해가는 녹색의 잎들이 마음에 와 닿은 때가 있었던 것 같다. 오늘은 유독 하늘과 경계를 이루는 초록의 능선이 눈에 들어온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울긋 불긋 꽃 대궐 차리인 동네" 라고 표현한 그 동네는 아마도 오래된 동네에 화려한 벚꽃이나 복사꽃 한두 그루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요즘은 꽃이 흔하긴 흔한 것 같다. 계절만 제대로 만나면 온통 주변이 꽃으로 만발하니, 거기다가 화려하게 꾸미고 가꾸어 수수하거나 무리를 짓지 않으면 좀체로 감동이 오질 않는다.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 는 뜻의 과유불급을 새삼 사전으로 찾아 본다.
몇 년전 온통 누런빛의 사막지형인 투르크메니스탄 현장에 있을 때, 조금은 초라해 보이는 그들의 주거지에서 한두그루 피어있는 꽃을 보면서 잔잔한 감동을 받았던 때가 있었다.
몇 그루의 나무에서 핀 꽃으로 인하여 꽃의 귀함을 새삼 느끼게 해 주는 환경이 지금의 지천에 핀 꽃보다 귀하고 훨씬 소중하게 느껴진 이유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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