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음악·사진)

[2014.03.08] 30년전으로의 음악여행

루커라운드 2014. 3. 20. 15:59

 

 

[오래된 사과박스 안의 카세트 테이프]

 

사과박스 안에 묵혀 두었던 카세트 테이프를 세상 밖으로 끄집어 내었다. 케이스를 열고 테이프 자켓(?)에 쓰여있는 글자를 보니 "197912월 타북에서" 라고 테이프를 구입한 날짜가 기록 되어져 있었다.

 

하루 종일 일하고 숙소로 돌아와 유일하게 의지하던 젊은 날의 그 선율들은 30여년이 지났건만 그때의 그 느낌으로 전해온다. 오랫동안 잊혀졌던 테이프의 표지이기에 그 느낌의 강도를 배가 시켜 준다.

 

가끔씩 옥탑으로 올라가 묵은 짐들을 들추어 낼 때 마다,

언젠가는 저 사과상자 안의 내용물을 꺼내어 확인하고 들어보고 싶었던 충동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럴 때 마다 그때 들었던 음악을 지금 들으면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까 궁금하기도 했었다. 박스의 외형엔 먼지가 쌓이고 낡은 자국이 역력했지만 다행이랄까 박스를 꾸려놓은 이후 이사를 하지 않아 박스와 내용물의 보존상태에는 양호하다. 하지만, 플라스틱 테이프에 음을 저장해놓은 녹음테이프가 물리적인 변화를 일으키지는 않았는지 걱정이 되기도 했었다.

 

[카세트 테이프 플레이어]

그럼에도 쉽사리 뜻대로 하지 못함은 그저 세상이 나를 바쁘게 만든다는 시간적인 핑계와 동일한 기간 동안 안방을 차지하고 있던 앰프와 짝을 이루는 테이프 데크가 어느 순간 움직임을 멈춰 버렸다. 기계 건 사람이건 쓰지 않는 것은 자연히 망가지고 도태가 된다는 사실을 입증이라도 하듯~~~

 

그러던 중 인터넷을 뒤지다가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가 MP3파일도 변환을 시켜 줄 수 있는 기기를 발견하였다. 그 물건의 광고가 눈길을 끈다.

 

내 마음속에 추억을 재생합니다.

추억 속으로 떠나는 음악여행. 휴대용 USB 카세트플레이어

아련한 추억을 모아놓은 보물상자.

추억이 묻어나는 아날로그 여행

MP3로 변환하여 컴퓨터에 보관 할 수 있습니다.

테이프를 처음 손에 넣었던 시절의 카세트 테이프 플레이어가격은 제법 비쌌다. 가격을 테이프와 비교 하자면 테이프 200개의 가격(15~20만원 상당)으로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의 대명사인 소니 나 아이와의 워크맨을 구입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카세트 테이프 플레이어(MP3변환겸용)CD두세개 가격( 35천원 상당)으로 그 재생기를 구할 수 있다.

 

음질은 그냥 들을 만 했다. 재생이나 될까 하고 기대하지 않았던 까닭도 있겠지만 귀에 거슬리지 안을 정도의 음을 재생시켜주니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거기다가 MP3파일로의 변환도 가능하니.

 

가끔은 잡음을 동반하지만, 그것마저도 추억의 일부라고 생각하니 잡음마저도 잡음으로 들리지 않는다. 여하튼, 난 카세트 테이프 플레이여(MP3변환겸용)을 구해서 지금 음악을 듣고있다.

 

[음악, 클래식 음악]

시간이 날 때마다 KBS FM라듸오를 듣는다. 장일범의 가정음악, 카이가 진행하는 세상의 모든음악, 출발 FM과 함께, 당신의 밤과 음악 등 대부분의 음악들이 클래식에 기본을 두고 방송되는 KBS 클래식 음악 FM.

 

의아 했었다.

내가 기본적으로 클래식을 좋아할 수 있었나?? 격정적으로 음악을 좋아하지도 않았고 주변의 친구들이나 가족들 중에 특별히 클래식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없다. 하지만 가끔씩 접하는 음악을 들으며 편안함을 느끼는 나를 보며 물어보곤 했었다.

 

이유를 한 번 정도 되 집어 본다.

 

[음악, 클래식 음악]

그 때부터였어..

열 여덟부터 스물 세살, 보통의 사람들이 그 나이면 몰려다니며 겪었던 일반적인 문화섭렵과는 달리 모든 여건이 폐쇄고 우리나라와는 물리적으로 끝없이 떨어진 나라.. 그 중에서도 시내와 서 너시간 떨어진 사막의 베이스 캠프에서 낮에는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일을 하고 늦은 저녁 숙소로 돌아와 저녁을 먹고 잠들기 전까지의 시간은 수도를 하는 수도승들의 시간과 다를 바가 없던 그때부터였어.

 

성격이 남들과 잘 어울리는 친구들은 모여서 수다를 떤다든가 카드와 화투를 하며 그 젊은 날의 황량함을 메꾸어 가는 친구들이 있었지. 또 다른 친구들은 운동으로 어찌할 수 없는 젊음을 기를 태워버리고는 했었지. 인터넷이 보급되거나 책을 마음대로 손에 넣을 수도 없었던 환경이었다.  그저 공상에 가까운 생각에 잠겨있거나 싫던 좋던 음악에 빠져드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이었던 그때부터 였어.

 

한 달에 한두번 쉬는 휴일에는 셔틀버스에 몸을 싣고 도시(알코바, 호포프, 타북..)의 거리로 나오면 전자제품에 대한 호기심과 현지인들의 사는 모습 그리고 나와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행동을 구경하고 집으로 돌아올 때 쯤이면 뭔가를 손에 넣어야하는 허전함에 테이프 서너개가 들려져 있곤 했었지.

 

캄사 리얄 (5리얄 = 약 그당시 1,000)하는 테이프에 담긴 음악이 팝송이면 너무 가벼워보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런 가벼움이 싫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클래식이 담겨진 테이프를 구했었지. 좀더 귀에 닿는 음악이 팝송이나 악기연주임에도 굳이 내가 금액을 지불하고 사는 테이프는 여지없이 세미 혹은 클래식이 담긴 테이프였다. 유행하던 가요나 듣고 싶었던 팝송은 공 테이프를 구해 녹음해서 들었던 것 같다.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는 음률들]

임예진과 전영록의 청춘멜로물 한 장면에서 어느 한적한 바닷가를 배경으로 풋풋한 사랑의 감정을 주고 받는 장면의 BGM “엘비라 마디건(모짜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매주 일요일 저녁 방영한 장학퀴즈의 시그널 뮤직으로 사용하던 하이든의 트럼펫협주곡과 편곡한 곡들이 더욱 정감이 캐논 변주곡 그리고 베토벤의 6번 전원 교향곡

 

[오이촌으로]

사과박스 안에 보관된 테이프를 오랫동안 보관하겠다는 생각으로 구입한 건 아니었을 것이다. , 그렇다 하더라도 삼십년이 지난 먼지 묻고 열에 의해 변형되어버린 카세트테이프를 보관했다가 음을 재생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보통사람의 상식으로는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최근 오이촌(오도이촌)으로의 횡보가 잦아지고 있다. 계절상으로 보면 봄이나 여름 그리고 가을이 그곳에 머물기에 더 없이 좋은 계절이건만, 황량하고 눈과 바람 그리고 추위로 인하여 머물기 쉽지 않은곳에 자주 간다. 이유는 하나 조급한 마음이 없어 진다는 것이다.

 

..

전원교향곡은 바람 서늘한 날 문밖에 서면 하늘에 별이 쏫아질 것 같은 오이촌에서 할 일이 소진되었다고 느껴질 때 이 음악을 들으면 잘 어울릴 것 같지 아니한가??

 

테입을 MP3로 변환해 주는 카세트 플레이어도 손에 넣었으니 300여개의 테입을 들으며 녹음하며, 오랜세월 기대해 왔던 음들을 즐겨 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