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그랬습니다
인연이란 잠자리 날개가 바위에 스쳐
그 바위가 눈꽃처럼 하이얀 가루가 될 즈음,
그때서야 한 번 찾아오는 것이라고 ...
그것이 인연이라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등나무 그늘에 누워 같은 하루를 바라보는
저 연인에게도 분명, 우리가 다 알지 못할
눈물겨운 기다림이 있었다는 사실을...
그렇기에 겨울꽃보다 더 아름답고,
사람 안에 또 한 사람을
잉태할 수 있게 함이...
그것이 사람의 인연이라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나무와 구름 사이 바다와 섬 사이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수 천, 수 만 번의 애닯고 쓰라린
잠자리 날개짓이 숨쉬고 있음을...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인연은 서리처럼 겨울담장을
조용히 넘어오기에
한 겨울에도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놓아야 한다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먹구름처럼 흔들거리더니
대뜸, 내 손목을 잡으며
함께 겨울나무가 되어줄 수 있느냐고,
눈 내리는 어느 겨울 밤에,
눈 위에 무릎을 적시며
천 년에나 한 번 마주칠
인연인 것처럼 잠자리 날개처럼
부르르, 떨며 그 누군가가,
내게 그랬습니다...
그것이 인연이라고 ...
- 선물하기 좋은 시집 <그대는 왠지 느낌이 좋습니다> 중에서
'공상(독백·외침)'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5.06.21] 살다가~~살다가~~살다가~~ (0) | 2005.06.21 |
---|---|
[2005.05.15] 아버지! 세상은 당신을 변하라고 한다 .(스크랩한글) (0) | 2005.05.15 |
[2005.04.18] Just like you, like me..!! (0) | 2005.04.18 |
[2005.04.17] 휴일새벽 출근길 (0) | 2005.04.17 |
[2005.04.05] 달팽이의 꿈 (0) | 2005.04.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