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독백·외침)

[2005.05.01] 인연이라는것에 대하여

루커라운드 2005. 5. 1. 00:43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인연이란 잠자리 날개가 바위에 스쳐
          그 바위가 눈꽃처럼 하이얀 가루가 될 즈음,
          그때서야 한 번 찾아오는 것이라고
...

그것이 인연이라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등나무 그늘에 누워 같은 하루를 바라보는

저 연인에게도 분명, 우리가 다 알지 못할

눈물겨운 기다림이 있었다는 사실을
...

그렇기에 겨울꽃보다 더 아름답고
,
사람 안에 또 한 사람을

잉태할 수 있게 함이
...

그것이 사람의 인연이라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나무와 구름 사이 바다와 섬 사이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수 천, 수 만 번의 애닯고 쓰라린

잠자리 날개짓이 숨쉬고 있음을
...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인연은 서리처럼 겨울담장을

조용히 넘어오기에

한 겨울에도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놓아야 한다고
...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먹구름처럼 흔들거리더니

대뜸, 내 손목을 잡으며

함께 겨울나무가 되어줄 수 있느냐고
,

눈 내리는 어느 겨울 밤에
,
눈 위에 무릎을 적시며

천 년에나 한 번 마주칠

인연인 것처럼 잠자리 날개처럼

부르르, 떨며 그 누군가가
,
내게 그랬습니다
...

그것이 인연이라고
...

현태..

 

                                             - 선물하기 좋은 시집 <그대는 왠지 느낌이 좋습니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