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등산·여행)

[2005.03.23] 수리산 수리사

루커라운드 2005. 3. 23. 00:29

 

 

 

산엘 가고싶었다. 이른 아침 산엘가고 싶었다.
 
요즈음 홀로 움직이는 일에 꾀가 나 있었다. 잦은 회식과 더불어 술자리도 잦아지고 그런이유로 피곤과 게으름이 자꾸 불어만 가는 몸을
더 둔화 시키는 악순환을 거듭 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일요일 아침(새벽)에는 어디론가 움직이고 싶어 잠을 설치던때가 언제였던가?
그때는 아직잠에 취해 있는 아이들을 깨워 차에 태우고 망설임 없이 움직이면 그만이었었는데~~

불만을 토론할 때 누군가를 물고 들어가며 핑게 거리를 만들어 자기 합리화를 시키는 나의 습관을 빌려 말하자면..
도저히 아이들 때문에  뜻대로 움직일 수가 없다. 최근 우리집 일요일은 해가 중천에 떠야 하나둘씩 기상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토요일임에도 녀석들은 학원에서 늦게 돌아왔다.  그래서 잠에 취해있는 그들 깨우기를 망설이게 되고 혹...깨우더라도 깨운 이후
녀석들의 투덜거림을 감당할 자신이 없고 그냥 외출하려 해도 그들의 아침식사를 나 몰라라 할 수 없기에, 가장 만만(?)하고
가장 많이 나를 후원해 주는 집사람을 내 산행에 동행한다는 것 자체도 언제부터 부담이 가는 사항이 되어 버렸다.
 
안절부절 갈팡질팡하면서 보낸 이른 오전과 늦은 아침시간에 괜스레 미안해 하는 아내를 보면서 내 행동을 스스로 나무래 본다.
작은애는 오후 두시에 학원에 보충학습이 있단다. 큰딸에게 오늘 계획을 물어보니 특별한 일이 없다고 한다.
그리하며 또 점심시간을 넘기고 있었다.
 
딸에게도 친구들이 학원에 가자는 제의가 들어와 계획이 생겼다.
이른 오후.. 뭐가 그리 바쁜 건지, 모두들 각자의 갈 길을 갔다.
 
아내와 난....어정쩡한 시간을 때우려 일단 집을 나섰다.
개울가 양지쪽에 야생화라도 나왔나 걷자고 한다. 시큰둥한 내 표정에청계저수지라도 가자고 한다.
 
집에 있을 때는 나오고 싶고 나오면 딱히 갈 곳도 없고 그래서 난 그런가보다.
 
#$*(*!*)@!(__)@$!%&*~~
 
지난 가을 이후 가보지 못한 수리사로 향한다. 이런 저런사유로 헝클어진 마음을 다스리려면 한적한 그것도 절이면 제격이겠지..
대야미역을 지나, 갈치 저수지로 들어서니 단체로 왔는지 낚시를 하는 사람들로 붐비고 주변 한적할 것 같았던 논밭에는 냉이를 캐는 어른들과
아이들의 목소리로 정적이 깨고있었다. 골자기 입구에는 수리산을 돌아 내려오는 사람들과 이제 막 산길을 오르기 시작하는 MTB 동호회원인듯 
한무리가 자전거 산행을 시작한다. 차를 가지고 절에 오르는 내가 쌩뚱맞게 느껴져 차를 돌리려 하자, 이런 저런 눈치를 잡아챈 집사람이 눈총을 준다.
 
십 여분을 더 올라 수리사 주차장에 차를 대고 계곡의 골을타고 오르는 바람을 맞는다.
산의 공기가 집의 공기보다 좋다는 당연한 현상을 실감한다.

천.년.고.찰.
수리사에 대한 느낌이 그랬다.
 
한두번 와보면 외형적으로 보이는 것은 더 이상의 느낌도없이 흔히볼 수 있는 사찰의 외형 그것이지만 시시때때로 이곳에 오고픈 마음이 드는 것은 눈으로
볼 수 없는 느낌 때문이다. 그 느낌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사뭇 궁금해 지긴 하지만, 전혀 감이 잡히지도 않는다.
대웅전이나 나한전 산신각 어느한곳 외형으로 보면  오래된 세월은 흔적을 발견하기 힘들다. 토굴로 명명된 계곡을 건너있는 일반가옥의 형태를 띈 건물만이
세월의 흔적보다는 조금 오래 되었을법 한 고즈넉한 분위기로 다가오지만, 그도 기껏해야 십수 년정도 되었을 것 같다.
아마도 대웅전앞에 수리사연역을 설명하는 내용 중 신라시대 운운...하는 내용에서 오래 전부터있었던 절이구나 하고 츠측을 할수 있을뿐..
 
토굴의 계곡 아래쪽은 오후내 햇살이 비추이는 곳이고 작은 텃밭이 보였다. 집사람은 그곳에 자리를 잡아 냉이를 캐는 듯 했다.
작년 봄 왼쪽 계곡 위에서 흰색과 보라색의 제비꽃이 무리를 지어 있는걸 본 기억으로 계곡을 따라 올라간다. 아직 제비꽃 류의 야생화를 찾는다는 것은 계절을
너무 거슬러 올라가려는 것이 아닐까??
그래도 발에 밟힐 듯 주위에 가물가물 보이는 생물체를 발견하고는 계절의 변화를 느낀다. 계곡을 따라 올라가다 너무 일찎 나와 추위에 떨고있는  한무리의 
현호색을 발견한다.
 
분명 내가 본게 맞을것이다. 너무 일찍 나와 추위에 떨고있는.....
 
봄의 기운보다는 가기를 아쉬워하는 늦겨울의 끝에서 그 시간 그 느낌 이라도 없었으면 허무했을 일요일 오후와 이별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