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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27] 몽산포~꽃지 해변60리길 보도

루커라운드 2010. 2. 27. 23:30

 

 

 

그건 핑게였는지도 모른다.

스스로 시간을 얽어 매어 바쁠 수밖에 없는 현실을 탈피하려면 "겨울 바다를 보러 가야 한다" 는 그건~~~

가끔은 허둥대고 가끔은 정신없어 하는 내자신의 무능을 감추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바뻐(바쁜척?)하는거다.

 

거의 한달내내 꼬박 일에 매달리는 것이 정말 힘이 들다는 것을 최근 몇년 사이에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분명..떨어지는 순발력과 집중력으로 인 함일게다. (이러한 표현이 나자신에게나 나와 인연이있는 내 주위사람들에게

별도움이 되지 않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래서 가능한 그런 표현을 절제하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아닌 건 아닌걸..

그래 그렇다면 자주는 쓰지 말고 현실을 탈피하고자 하는 생각이 절실할 때 한두번은 그냥 쓰기로 하자.)

 

저녁늦게까지 일에 올인하가 잠시 돌파구를 찾고 싶어 할 즈음, 몽산포에서 꽃지까지 해수욕장과 해안도로를 걷는다는

공지를 보았다.

 

일에 중독되는 방법도 여러가지다. 평소보다 많은 시간을 제법오랜동안 할애 했음에도 단하루의 개인적인 시간낼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잠시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일단..신청을 하는거야.

중독으로부터 탈피할 수 있는 방법은~~

 

Dream's come true.

내 생에 그 흔한 문구를 진정으로 한번 음미해 본적이 없는것 같다. 거창하지 않게 일상에 반영을 하여 가고자 하면

분명 갈수 있다는 아주 평범하고 소박한 바램을 아예 일을 핑게로 포기하고는 한다는것이다.

 

일단 예약을 해 놓고나니 숙제가 하나 더 생긴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루하루지나면서 상황이 완전하게 바뀌기를

바랬지만 가기전날 까지도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수시로 불안해 하는 나를 그보다 더 불안하게보는 눈길이있었다.

 

집사람의 생각은 이랬다.

당일날 가면 가고 갈수 없는 형편이 되면 못가면 될것을 수시로 변화하는 환경에 너무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는건 아니냐고..

그건 집을 나서서 집결지로 가는 새벽버스의 여정에서도 여지없이 들어났다. 버스시간을 조금기다려 한번에 갈수있는곳을

환승에 환승을 하면서 쉼없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나도 어쩔수 없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몽산포로 가는 관광버스에 올라 나누어주는 김밥을 반줄베어물고는 잠시 깊은 잠에 빠진다. 유리창에 끼는 습기로 인하여

어둑해진 차안분위기와 며칠동안 설친 잠으로 피곤함이 몰려왔나보다. 걷기동호회원을 가득채운 4대의 관광버스가 몽산포에

도착한다. 송림사이로 때이른(?)캠핑을 즐기는 캠퍼들의 의아한 눈초리를 뒤로하고 해변으로 내려서는 무리들이 한적하기만한

겨울 바다를 잠시 일깨운다. 이른아침부터 서둘러 겨울바다를 보러왔을 한가족의 가장은 호기심을 그냥묻어둘수 없었는지

어떤 단체이기에 이많은 인원이 같은 목적지를 향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지를 물어보고는 했다.

 

해가 숨어버린 해변을 걷는다는 것은 또다른 경험이다. 해변에는 꼭 해가 있어야 할 것같기에 뭔가 부족하다고 느끼는것은

사람들의 고정관념일게다. 오히려 해가나지 않은 해안을 걸으면 사색을 할수있는 분위기가 더하는것 같았다.

 

해안사구를 방지하기위해 대나무를 이용하여 만든 조형물이 본연의 역할을 충실하게하기 위함 보다는 그곳을 탐방하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시설물로 보여지는 까닭은 이미 많은 해안에 접한 토지가 계획없이 개발이 되어져 있고 해변에 널려진 쓰레기를

보면서 해안사구를 막는 시설도 의미가 퇴색되어 보인다.

 

몽산포해수욕장과 청포대해수욕장을 지나 작은 팬션앞에 점심을 먹기위해 자리를 잡은 시간은 걷기 시작한지 두시간이 지난

후였다. 준비해간 도시락과 국을 버너로 데워 가볍게 점심을 먹고 염전지대와 해안깊숙히자리잡은 동네를 둘러보면서 안면도로

들어가는 다리에 다다른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안면도가 본디 섬이아닌 곳이었다"는 사실을 이번도보를 다녀와 기록을 정리하면서 알게된내용이다.

삼백수십년 전인 조선조 인조때 삼남 지역의 세곡 조운(稅穀漕運)의 편의를 도모하고자 지금의 안면읍 창기리와 남면의 신온리

사이를 절단함으로써 그때부터 안면곶이 섬이 되어 안면도라부르게 되었다는 사실도.

 

평소 개인이 도보로 지나치기에는 위험한 안면교를 경찰의 안내를 받아 지나면서 백사장해수욕장의풍경과 밀물인지 썰물인지 모를

물살에 휘감기어 여울목을 지나는 맑듸맑은 서해바다물을 보면서 다시 해변으로 들어선다.

 

겨울바다로가서 일상의 모든것을 던져버리겠다던 생각은 이미 머릿속에서 사라진지 오래되었다. 그저 길이 이어짐에 걷고 해변이

있음에 지나치는 길손 이 되어 나도 모르는 어떤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을 뿐이다. 안개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 안개비에 묻혀

외롭게 떠있는 등대와 겨울속에서 굳게 버티며 봄을 기다리는 해변의 잡초들을 보며, 잠시 일로 힘들었던 자신을 추스려 본다.

문득..평소와 다른 감정(행복감이라고 해도 되나?)이 스친다.

 

질릴것 같이 멀고도 먼 해안길 60여리가 결코 지루하게 느껴 지지 않는것은 내가 걸어온 삶의 길이 굴곡이 없어 보이는듯하여도

변화 무쌍한것을 내자신만이 알고 있는 때문이 아닐까? 시간이 아깝다고, 시간이 지나면 무엇인가가 손에 쥐어져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이제는 어떠한것을 손에 쥐어준 다고 한들 내 인생의 방향에 큰 변화를 줄수 없다는 사실을 슬며시 알아버린 나이되어서 이기도하다.

 

그래서 지루해 하거나 조급해 하지 말야야 한다고 몸안으로터 나오는 소리에 귀를 귀울여야 하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