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등산·여행)

[2004.07.23] 운길산/예봉산 산행기

루커라운드 2004. 7. 23. 23:16

 

 

준비되지 않은 주오일근무~~
마냥 좋아 할수 없는 이유는 뭘까?
 
하루휴일이 더 주어지는게 얼마나 신나는 일인데도 막연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는건 습관 때문이리라..
그 막연한 불안감이 없어지는 시점이 되어야 내게도 진정 주5일근무제가 정착되는 날일게다.
 
금요일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늦게까지 어울리다보니, 토요일은 비도 내리고 그냥 그렇게 오전이 갔다.
저녁때가 되면서 이틀의 휴일을 잘못 대처하면 악이 될도 있다는 생각과 어디론가 움직여야 할것만 같아....

얼마전 산악회에서 다녀온 검봉산에 다시 가보려했었다. 일단 목적지는 잡아 놓았지만 기차표를 예약해 놓지 않은 상태에서
주말도로가 밀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까운산으로 다시 목적지를 바꾸어 산행정보를 수집한다.
 
예봉산! 그래 장마비도 내일 걷힌다고 하니 한강, 양수리, 수종사가 보이는 예봉산을 가보자.
헌데..
수종사와 예봉산을 한꺼번에 보려면, 예봉산을 거쳐 운길산까지 종주를 해야 가능하다고 한다. 5시간반이 조금은 부담스러웠다.
더구나 집사람과 함께하려는 산행이라..그래서 택한것이 운길산과 수종사다. 아침 일찎 출발하여 오전중에 집으로 돌아 오리라.
 
여섯시에 눈을 떴다. 이것 저것 챙겨 집을 떠난 시간이 여섯시 반 남한산성을 가로질러 팔당으로 들어서니, 차는 밀리지 않았지만,
비가 오락 가락하며 늦은 새벽 팔당은 안개에 싸여 깨어날 줄 모른다.

들머리로 잡은 송촌리에 도착한 시간이 여덟시 반이다. 이른아침이지만, 안개와 습도와 그리고 높은 온도 오늘 산행이 만만치 않음을 예고한다.
이마에서 구슬같은 땀방을 들이 끈임없이 솟구치고 떨어지기를 반복한다. 40여분을 임도로 보이는 산길을 오르니 양수리가 안개에 가려 아스라이
내려다 보이는 수종사에 도착한다.
 
아침예불을 드리러온 신도, 다향(수종사에는 차를 마실수 있는 작은 차방이 있다)을 쫓아 온듯한 연인, 내려다 보이는 한강과 양수리 풍경을 카메라에
담으려 여러가지 사진장구를 준비하고 올라온 사람들, 종무소직원과 가끔씩 법당과 종무소를 오가는 스님...아침의 산사에서 볼수있는 풍경이었다.

아홉시반, 예정대로라면 너무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해우소를 다녀오고 수종사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앞에보이는 양수대교에
정신을 쏫아보기도 한다. 대웅전에 들어가 아직도 어설픈 절을 하면서 어떤 바램 보다는 마음에 담겨있는 생각들을 비워보려 한다.
마음을 비운다는것이 이곳에서또한번 쉽지않음을 실감한다.
 
삼십여분을 그곳에서 보낸다음 운길산 정상으로 향한다. 어느곳에서도 볼수 없을 많큼 가파르게 느껴지는것은 산행을 하고자 하는 마음의 준비가
덜 된 때문이리라. 안개에 싸여 지척을 분간하기 어려운 그래서 바로옆의 집사람과 나만이 이산에 존재 한다는 느낌으로 50여분을 오른다.
610M 운길산이라고 페인트로 어설피 써놓은 바위를 보며, 운길산 정상이라고 판단한우리는 얼려온 냉커피 한잔과 차로이동하면서 반쯤 먹다 남은 김밥..
그리고 준비해온 과일을 없애며 산정상의 안개속에서 십여분을 보낸다.
 
한팀의 산사람들이 주위를 스쳐간다. 운길산 정상만을 보고 내려 간다면 아무리 집으로 가면서 두물머리며, 양수리 장터며, 남한산성을 배회하듯 둘러
보며 갈 요량이었지만,그래도 너무 싱거운 산행이 될것 같았다. 산행정보를 얻으며 지도에서 본 새우젓 고개로 가보기로 한다. 조금만 가다가 되돌아 오리라.
 
한시간 여를 내리막길을 포함한 능선을 가다가 보니, 다시 돌아오는것이 귀찮아진다. 차라리 예봉산을 거쳐 팔당으로 하산하는것이 돌아가는것 보다는 덜
지루할 것같아 집 사람의 의견을 물어본다. 허리가 아픈이후로 산행에 대하여 조심스럽기만한 집사람은 선듯 대답을 하지 않는다. 그냥 쉬면서, 놀면서
그렇게 가보자 종용한다. 그런데 이미 먹을것이 거의 떨어져 있었다. 현재까지 두시간 반 앞으로 길게잡아 세시간 산행이다.

지금 예봉산에 가면서 하늘 나리의 군락을 볼수있다. 집의 옥상화분에 심어놓은 나리를 보면서 백합과는 또다른 야생의 느낌을 받곤 했지만,
하늘나리의 도도함이란..그저 고개 숙여 다소곳이 핀 나리가 아닌 꼿꼿이 하늘을 향해 색갈도 선명한 나리는 도도함 그자체이다.
 
첫 하늘나리를 발견했을때 안개와 흐린 날씨 때문에 시간을 빼앗끼면서도 만족한 사진을 얻지 못한 느낌이었는데..
이어지는 나리의 군락에 시간과 노력이 계속 된다.
 
내가하늘 나리를 사진에 담느라 신경을 쓰는 시간을, 그저 주위의 야생화를 보면서 없이채근않는 집사람과 나는 아마도..
자연과 함께하는 부분에 대하여서는 많은공감을 갖고 있는듣 했다. 그래도 좀 미안한 기분이 든다.
 
시간이 지나면서 목적지까지의 거리도 줄어드는것은 당연한 이치다. 적갑산을 거처 철문봉에 도착할 즈음 무리를 하고 있다는것이
장단지부터 느껴져 온다. 오후 두시가 되었으니 들머리로 부터 다섯시간 반이 지난 시간이었다. 철문봉에서 덕소를 내려다 보며
사진 한장을 기록하고 예봉산으로 오른다.  예봉산정상에 오니 물밖에 남은것이 없었다. 배도 적당히 고파오고, 다리의 상태도 정상에서
빗나가고 있었다.
 
예봉산 정상에는 동동주파는 아저씨가 있다. 생각 같아서는 몇잔을 들이키고 싶었지만 온몸에서 노폐물이 빠져나간 상태에서의 동동주를 한잔은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할거 같은 생각이 들어 한잔을 둘이서 갈라 먹는다. 안주로 내 놓은 멸치, 마늘쫑을 고추장에 몇번씩 찎어 입속으로 넣으면서..
마늘쫑이 이리도 맛이 있었던걸 왜 몰랐을까를 번복한다.
 
그리고는 가장 가까운 하산길을 택하여 상팔당으로 내려오니 오후 세시반 일곱시간 동안 산에 있었다. 다른사람들이 기록한 산행기로 보면 다섯시간
반정도가 걸린다고 하지만, 여유를 부리면서 그와중에도 야생화를 찎는다고 소비된 시간이 두시간은 족히 돼었으리라.
 
다시 송촌리로 원점회귀를 해야 한다. 경동시장으로 부터 오는 서울 버스를 기다려 양수리와 송촌리가 갈리는 검문소 앞에 내린다. 삼거리에는 택시
정류장과 마을버스 정류장이 있었는데, 마을버스를 기다리는 한무리의 사람들은 한시간이 지났는데도 버스가 오지 않는다고 투덜거리고 있었고,
그나마 택시는 밀리는 차들 사이에 꼼짝을 할수 없는 상태란다.
 
이미 삼십분정도가 흘러 버렸다. 3Km정도를 가야 차를 세워둔곳인데.. 배낭을 집사람에게 맞기고 혼자 차있는곳으로 걸어서 가기로 한다.
한 500M를 가고있을 즈음 전화가 온다. 마을 버스가 가고있다고 그 전화 하나로 오늘하루의 힘듬을 마무리 할수 있었다.
 
결국 오전내 산행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오겠다는 계획은 차가 밀리고, 아예저녁까지 해결하느라 밤 열시나 되어서야 집에 돌아올수있게 되었다.
 
오늘의 교훈..
큰 고생은 기억을 크게 각인시켜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