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09] 국민연금 수령에 즈음하여

이번 달 은퇴를 한다.

 

이제 매월 받을 수 있는 근로소득이 끊긴 반면 다음 달부터 국민연금을 받게 되어있다. 은퇴시점에 맞춰 국민연금을 받게 되는 것은 아니고 국민연금을 받는 시점에 은퇴를 결정 했다고 할 수 있다.

 

내 기억으로는 1988년부터 국민연금제도가 시행이 되었고, 시행 당시에는 강제조항이 아니었다. 회사를 퇴직하면 그 시점에 정산을 하여 일시불로 되돌려 받기도 했다. 이후 월급에 따른 요율은 지속적으로 증가를 하였으니, 국민연금 수령액은 시간이 지날수록 금액이 많아진다. 즉, 3년전 수령을 시작한 사람보다는 지금 수령하는 사람의 수령액이 많다는 이야기다. 또한, 앞으로 3년후에 수령을 시작하는 사람은 당연히 나 보다 많은 금액을 받게 되어있다.

 

나 또한 지속적인 회사생활로 제도가 시행된 이후 중단 없이 불입을 해왔으니, 일반적으로 보면 현재 상태에서 비교적 많은 금액을 받게 된다.

 

우리세대의 보편적인 경제활동은 최근 맞벌이세대와 달리 가장 수입을 홀로 책임지는 외벌이가 대부분이었다. 따라서, 집안을 돌보는 전업주부는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았다.

 

몇 해 전, 전업주부도 국민연금에 가입할 수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그 시점부터 집사람은 국민연금에 가입되었지만 가입기간이라던가 가입금액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그리 많은 금액을 받지 못할 것이다.

 

집사람의 국민연금 가입시점에 난 단언 하였다. 내 국민연금은 오로지 나를 위해 쓰겠노라고. 이기적인 생각일지 모르지만, 그 동안 돈을 벌기 위해 하고 싶은 일을 미루어 두고, 돈을 아끼느라 쓰지 못했던 것을 은퇴를 하면 보상을 받아야 할 것이고 그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경제력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면서.. 단, 세금이라던가 경조금은 내가 부담하겠다고 했다.

 

당시, 집사람은 많이 섭섭해 했다. 이해를 떠나서 같이 고생을 했는데 지금까지 보아 오지 못한 고집스런 주장, 저 혼자 쓰겠다고 주장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상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잊혀져 가고 그러려니 적응을 한 것 같은 모습을 보았다.

 

이제, 그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드디어 국민연금을 받아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은 것을 할수 있는 날이 한달 앞으로 다가와 있다.

 

어제 한달 남은 은퇴후의 한달 지출 예상금액을 구체적으로 산출 해 보았다.

 

재산세, 자동차세, 자동차 보험, 실손 보험 및 개인연금잔여불입금, 국민건강보험료, 통신료, 경조사비, 개인적인 모임회비, 그리고 어머님 요양분담비용.

 

구체적으로 산출한 금액이 국민연금 수령보다 많다.

다시 말하면 국민연금을 받아서 생활비는 고사하고 세금공과금을 내는 비용도 충당이 되지 않는다.

 

이렇게 국민연금을 받아 세금 공과금 지불하려 집사람에게 섭섭함까지 주었나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

그 나마 고민고민 하면서 정년퇴직 후 두 해 더 경제 활동을 한 것이 천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