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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18] 현장의 일상(자가 격리)

루커라운드 2020. 3. 18. 15:58

집에서 출발하여 34시간만에 숙소에 도착을 했다.

집 출발 -(4시간)- 인천공항이륙 -(10시간15)- 듀바이 공항도착 -(3시간5)- 환승 대기 후 듀바이 공항 출발 -(7시간30)- 알제공항도착 -(3시간)- 입국수속, 수하물통관후 알제공항출발 -(6시간)- 육로 이동 후 숙소 도착

 

몸 보다 더 피곤한 건 정신이다. 현지의 입국이 금지예상으로 휴가를 다 채우지 못하고 가족들까지 불안한 상태에서 출발을 하였다.

 

10시 인천공항은 개점 휴업과 같은 상황이다. 평소 같으면 Information Screen에 다음날 항공편을 포함하여 안내 목록이 가득 채웠을텐데, 4개항편 만이 목록에 올라와 있다. 아시아 쪾으로 이동하는 노선은 없고, 중동의 듀바이와 콰타르가 전부다. 거의 같은 시간에 도하를 거쳐 튀니지로 입국 하려했던 다른 동료는 튀니지에서 입국 제한이 발효되어 공항까지 나왔다가 탑승을 하지 못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듀바이까지 가는 노선은 항상 만석은 아니라도 붐비는 노선이었건만, 오늘은 3~40%에 불과하다. 그 많던 여행객들은 어디로 갔지?

 

듀바이에서 3시간에 걸쳐 환승을 하고, 알제로 오는 노선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좌석이 만석이어서 복잡하기도 하지만 거의 마스크를 하지 않고 이 나라 사람들 특유의 목소리(배에서 나오는 우렁찬 목소리)로 떠들어 대니 주변이 돗대기 시장이다.

가끔 재치기를 하는 사람에 비상구 부근의 공간에서 종이 잔에 커피 하나씩 들고 무리 지어 수다를 떠는 사람들에 알제로 오는 내내 신경이 쓰여 괜스레 목도 아파오는 느낌이다.

 

게스트 하우스에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아침 국내선으로 이동을 하는 것이 통상적인 방법이나, 이번엔 지체없이 움직이는 것을 원칙으로 하다 보니 입국수속을 마치고 약 400Km, 6시간에 거친 육로 이동이다.  숙소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10, 장장 34시간의 긴 여정을 끝냈다.

 

알제리는 오늘부로 모든국경폐쇄, 모든항공 및 해상수단운항중단, 알제리내 모든 이슬람 사원(모스크)폐쇄를 대통령연설문에 포함시켰다. 오늘현재 공식집계는 확진62, 사망5, 완치12.

 

오늘부터 2주동안은 자가 격리다. 식당에서 날라다 주는 식사를 하며 숙소에만 있어야 한다. 최근들어 일보다는 휴식이 더 편한 날들이 많으니, 숙소에서 지내는 시간이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 같다.

책도 보고, 영화도 보고, 글도 써보며 그리고 인터넷도 되니 가끔 인터넷 서핑도 하면서 지내게 되니, 나야 별 불편함이 없지만 회사나 일을 나누어 해야 하는 동료들은 아무래도 편치 않을 것 같다.

 

살다 살다... 별 희한한 걸 다 경험하는 세상도 살아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