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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3] 휴일 단상

루커라운드 2019. 12. 13. 18:12



일주일에 나흘이상 자정 이후면 폭우에 가까운 비를 동반하는 날씨가 지속되고 있다.

말로만 듣던 지중해성 기후를 실제로 경험하고 나니, 내가 경험한 기후가 지중해성 기후의 모두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낮 동안은 짧은 폭우와 가랑비 그리고 해가 비치는 시간들이 번갈아 나타나고 이런 패턴의 날씨 때문인지 많은 현지인(노동자)들은 우비나 우산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강도 높은 비는 잠시 피하고 가랑비는 몸으로 맞아가며 생활하는 것이 그들이 우기를 대처하는 방법이다.

휴일인 금요일, 오늘도 새벽에 비를 뿌렸지만 사무실로 나올 시간에는 부분적으로 햇볕이 나고 하늘은 파란 면 반, 흰 구름 반이다.

대부분의 직원들이 휴식을 취하는 휴일에 몇몇 외국인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딱히 바쁘지도 않은 사무실에 출근한 이유는 현장에서 일을 하는 작업자들이나 타 부서의 관리자가 도움을 청 할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부서에 한 사람 정도는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책 한 권을 준비했다.

나 스스로 커피를 마시는 일은 드물었지만(평소 업무나 대화를 위해 커피를 함께 마시는 일은 종종 있지만) 오늘은 책상 안에 보관해 둔 캡슐 커피를 머시인에 넣어 내린 커피를 머그컵에 가득 채우고 책상 앞에 책과 마주한다.

 1시간 정도 책에 몰두를 할 즈음, 몇몇 직원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본사에 근무하던 직원 한 분이 근무 하던 중 쓰러져 병원으로 옮겼으나 결국 일어나지 못했다는 소식을 전한다. 모두들 나와 무관하지 않다는 우려의 분위기 이다.

 고인은 쓰러지는 순간을 인지하였을까? 쓰러지면서 생각을 할 수 있었다면 어떤 생각을 했었을까?

본인이 이세상과 작별을 한다는 생각을 하였을까? 나이로 보면 이제 고등학생 정도의 자식이 있을 터인데 가족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 그의 죽음과 나와는 연관관계가 있는 걸까?

평소 하지 않던 별의별 생각을 다하면서 사무실 밖으로 나와 하늘을 올려다 본다. 작업장의 한쪽에서는 작업으로 인한 소음이 들리고 맞은편 산중턱으로는 구름 사이로 빛 내림이 일어나고 있었다. 구름은 끼어있지만 우울한 분위기는 아니다.

 조금 전의 잡다한 생각들이 멀어지고, 그리고 조금 후면 난 오늘 하루를 어떻게 채워야 할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