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시원하다.
여행 전 일정표를 짜 놓고 대견해 하던 기억이 떠오른다. 사실, 해외로의 자유여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출장을 다니며 잠시 짬을 내서 움직이거나 패키지 여행을 몇 번 한적이 있다. 해외근무를 하며 기회가 되는대로 이곳 저곳 둘러보기도 했다.
계획대로 여행을 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이번 여행을 통해 절실하게 느꼈다. 짜 놓은 일정에 따라 움직이기만 한다면야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수도 있지만, 그 일정 속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저 했던 환경이나 분위기는 그리 쉽지 않았다. 차량을 몰고 가면서 운전에 신경이 쓰이고, 때가 되면 먹을 것을 찾고 주문 해야 했다. 목적지를 가기 위해서는 확인하고 묻고, 또 다음단계를 가기 위해 사전에 신경을 써야 했다. 지나고 보면 그런 것들 자체가 여행일수도 있으나, 과연 이게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묵묵히 따라오는 집사람은 과연 이 여행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수시로 당황하는 나를 보며 함께 당황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스쳐가듯 안타까워하는 눈빛도 느낄 수 있었다.
여행 닷세째로 접어드는 오늘은 골웨이의 숙소를 출발하여 더블린에 예약한 숙소에 들러 개인물품을 내려놓고 공항근처로 렌트카를 반납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해 온 대로라면 특별한 어려움이 없으리라. 시원하다.
조금은 아쉽다.
계획대로 움직이며 여유를 부릴 수 없었던 상황들이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코크에서는 저녁시간에 그들이 생활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길 찾기에 신경이 쓰이고 운전에 신경을 쓰다보니 더 이상 움직이는 것이 귀찮아졌었다.
슬라 헤드 드라이브는 너무 시간이 짧았다. 체력과 여건과 시간적 여유가 확보 된다면 자전거 혹은 도보로 돌아 보았어야 한다. 물론 그리하려면 2박3일은 족히 필요할 것이다.
아일랜드 특유의 기후 속에서 여행해 보고 싶기도 했다. 비가 추적이고 바람이 부는 아일랜드 고유의 날씨와 함께.
링오브 케리에는 작은 마을마다 들러 차 한잔 마시고 잠시나마 거리를 돌아보고 보았어야 했다. 불과 30여분이면 둘러볼 수 있을 것 같은 작은 마을들을 지나며 차창 밖으로 지나치는 풍경의 정겨움에 얼마나 아쉬움이 남던지..
걸어서 돌아보려 했던 킬라니 국립공원은 전망대와 입구에서 잠시 머무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모허로 가는 아름다운 해변의 카페에서는 창으로 들어오는 대서양의 바닷바람을 맞으며 점심식사와 곁들인 차 한잔을 했어야 했다. 욕심이지만, 그냥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여행은 말로 익히 들어왔던 Airbnb에 전적으로 의존을 하였다. 우선 숙소를 확정하고, 차량Rent와 주변의 볼거리 놀거리에 대한 정보를 얻었으며, 현지 투어 또한 이곳을 통해 진행을 했다.
Trip Advisor나 아고다, booking닷컴등 몇 개의 여행안내 site를 잠시 들락날락했었지만, 먼저 접근한 Airbnb에 메뉴나 접속요령이 익숙해 진 상태로 시간은 한정 되어있다 보니 다른 곳으로 눈 돌릴만한 틈이 없었다.
숙소는 100불이 넘지 않는 곳으로 금액을 한정 짓고 찾다 보니, 그 숙소의 장단점 그리고 편리함 보다는 금액으로 결정을 하게 되었다. 유럽을 비롯한 아일랜드의 숙소는 어떤 기준인지 모르지만 비싸다고 들 한다. 집을 전체 빌리는 것과 비교 하다 보니, 100불 미만의 숙소도 후기에서는 만족하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으므로, 그 중 슈퍼 호스트로 지정된 숙소를 중심으로 숙소를 정했다.
그렇게 정한 대부분의 숙소는 호텔이 아닌 민박 개념의 숙소이었고 더구나, 주방이나 거실 심지어는 화장실도 공용으로 써야 하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사용해 보기 전까지는 그에 대한 불편함을 잘 몰랐다.
물론 사용하고 나서도 남자여행자인 나는 커다란 불편함이 없었지만, 가끔 주방을 사용하거나 욕실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집사람은 많이 불편을 호소했다. 집 주인과 한집에서 활동하는 것 또한 쉽지 않아 했다.
난, 그냥 그렇게들 여행 하는가 보다 라는 생각을 했지만, 불과 6개월전 딸과 함께 이태리의 시실리섬을 장기간 여행한 경험이 있는 집사람으로서는 독립된 공간이 아닌 숙소에 쉽게 적응할 수 없었나 보다.
그럴듯한 계획을 세워놓고 스스로 만족했었다.
하지만,
검증이 안된 계획은 여행 내내 당황스런 상황을 유발 시켰다.
망설임 없이 차량을 랜트를 했지만 막상 키를 받아 들고나니 잘 할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순간 짧은 시간에 차량에 대한 특성을 익혀야 한다고 맘을 먹고 나니 조급해 졌다.
한 시간 이상을 이것저것 조작해 보았지만 완벽하지 못하다는 생각과 처음 사용해 보는 네비게이션은 쉽게 길을 나서게 만들지 못했다.
두 시간이 흘렀다. 잘 하려다 보니 완벽함을 원했지만 그 완벽은 쉽지 않았다.
최소한, 안전이 확보 되었다면 움직여 경험하지 않으면 길을 나설 수 없다는 지극히 평범함을 일깨워 주었다. 서울의 거리보다는 훨씬 한가한 더블린의 외곽 지대를 빠져나와 고속도로를 한 시간 여 달리고 나서야 마음의 안정이 찾을 수 있었다.
의사소통에 따른 시간의 소요는 또 다른 변수였다.
우선 묻기 위해 사람과 접해야 했고 생각보다 친절했던 그들의 안내를 받아가며 움직일 수 있었지만, 이곳을 여행지로 택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국이나 캐나다 그리고 약간의 서유럽 인과 자국인들이다.
1:1로 소통을 하면 양해를 얻어 되묻고 확인 하고를 번복하겠지만, 여러 사람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에서는 그들의 일상적인 대화와 심지어는 농담에서 터져 나오는 웃음의 의미나 타이밍을 맞출 수가 없었으며, 되묻기도 어려웠다.
계획 상에는 나름 여유를 두고 계획을 세웠건만, 첫 여행에서 고려치 못했던 일들이 시시때때로 발생 하였다. 어떻게든 계획대로 진행 하느라 여유를 즐길 수 없었던 아쉬움은 남는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내 삶이 방식이 어떤 여유를 추구하기 보다는 목적을 향해 바삐 움직임으로 점철 되어 있었으니
원한다고 하루 아침에 여유로움으로 전환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이번 여행 역시 숙제를 하듯 그렇게 여행을 마쳤다.
이런 저런 아쉬움도 있지만,
또 다른 그리고 좀더 색다른 여행을 꿈꿀 수 있는 동기 부여를 한 것 또한 사실이다.
그래서 어떤 결과를 가져온 여행 일지라도 떠남이 아니 떠남 보다 좋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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