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도시와 거리를 둔 생활을 하겠노라 꿈꾸고 있었다.
[동기] 귀촌, 아니 최소한 2도5촌이면 좋겠다.
오래 전 그리스 현장에서 파견생활을 잠시 한적이 있다.
개인적으로 쉽사리 올 수 없는 관광명소들이 산재되어 있기에 기회만 되면 주변의 유적지를 돌아보았다. 에피다우러스라는 곳은 고대 그리스인들의 공연장으로 가장 감명 깊이 머릿속에 남아있었고, 더구나 그곳에서 반백이 된 유럽의 노부부가 손을 잡고 따스한 햇볕 속에서 여유롭게 관광을 즐기는 것을 인상 깊게 보았다.
그 당시 그러한 생각을 할 나이가 아니지만,
나도 나이가 들면 저렇게 여유롭게 여행을 즐길 수 있을까 하고 잠깐 동안 생각 했던 때가 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 후 36년 동안을 쉬지 않고 직장생활을 해 왔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베비부머, 그 주된 세대로서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면 그리스에서 만난 그 노부부 정도는 아니더라도 지금처럼 현실적으로 노후가 걱정이 될거라는 상상은 해 본적이 없었다. 사치스럼은 아니더라도 지금의 그 경쟁구조 에서 탈피하여 몸과 마음을 편하게 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고 믿었다.
내가 어릴 적 자라오던 그 평온함은 이제 내 주위에 없다.
창문을 닫아도 들려오는 차 소리, 문을 열면 옆집의 창문이 코앞에 와 있고 거리로 나가면 사람이 지나치기 힘들만큼 즐비하게 주차된 차량과 콘크리트 숲으로 이루어진 건물들..
난, 내가 오래 전 내가 그렇게 편히 지낼 수 있었던 환경과 유사한 곳으로 가고 싶었다.
쉽게 떠오를 수 있는 곳은 흔히 말하는 전원생활이다.
[현실] 난 아직도 남은 나의 미래에 대하여 장미빛 인생을 꿈꾸고는 한다.
무난하게 정년까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고, 플랜트 경기가 조금 더 지속된다면 60대 이후까지 직장생활을 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 물론 그 과정에서 건강이 허락 되어져야 하고 임금피크제로 인한 경제적 수입은 점진적으로 줄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스의 그 노부부와 같은 여유가 노후에 쉽게 오지 않을 것이다.
백세시대를 계획해야 한다면 지금부터 눈높이를 낮추고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내가 희망하는 귀촌도 현실적으로 만만하지만 않을 것이다.
[고민] 완벽한 노후생활을 위한 고민에는 답이 없다.
자식들의 뒷바라지는 어느 선까지 해야 하며, 결혼을 위한 자금은 어느 정도 소요되는지 아직 파악할 수도 없다. 일년에 한번 정도는 해외여행을 하고, 가끔 영화도보고, 일을 하느라 못해본 문화생활도 마음껏 즐기고 싶은데 현실이 허락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울러 향후 일정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는 위험한 요소들은 너무 많이 존재한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소득을 위한 경제활동을 십여년 정도 더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단, 업무강도가 크지 않았으면 좋겠고 나름대로 지금보다는 시간적으로 여유를 갖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업무시간도 플랙시비릴티하면 좋겠는데, 이런 희망사항을 모두 갖추면서 원하는 나이까지 경제활동을 한다는 것은 실현 불가능 한 일이다.
그런 이유가 나의 의지만으로 어느 시점에 어느 곳으로 어떻게 움직이겠다는 확신을 할 수 없게만드는 것이다. 하나더, 내가 예측할 수 없는 건강에 관한 내용이다. 지금도 불규칙하게 병원을 오가는 일들이 잦아지고 있는데 시간이 흐르면 결국 주기적인 행사가 될 것이다.
[탈출] 2년 전부터 환상을 찾아 귀촌 할 곳을 찾아 나섯다.
주중에는 인터넷에 있는 토지매물을 검색하고 정리하여 주말이면 답사를 했다. 꼭 구매를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답사를 겸하여 여행을 나서고, 그 여행길에 답사하는 과정을 배우겠다는 생각으로..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매주 위한 답사를 갔었고, 그일정중에 반은 현지에서 숙식을 했었다.
인제, 양구 춘천 화천 홍천 음성 괴산 단양 제천을 두루 돌아다니면서 부동산을 통해 물어보면 조금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굳이 인터넷의 정보와 내발과 그리고 현지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와 자신의 생각을 넣고 빼 정리를 해 갔다.
그 과정이 그리 치밀하지는 못했다. 그저 여행을 겸한 답사라고 생각했기에 때로는 야영장을 찾느라 본래의 목적인 답사를 소홀하게 한적이 있고 풍경에 취해 역시 답사를 게을리 한적이 있다.
첩첩산중 고지대의 지형을 찾아 승용차로 올라갈 수 없는 지형을 올라간 적이 있는가 하면 그 로인한 위험에 처한적도 있다. 최종목적지를 결정하게 된 것이 결국은 부동산을 통해 구입하게되었지만, 그 부동산을 만나게 된 것은 결국 답사를 하던 현지에서 부동산을 통하여 토지를 매입했다는 분과의 인연으로 소개 받은 부동산으로 부터였다.
잠시 잊었던 말이 말이 문득 떠오른다. "인터넷에 있는 매물은 대부분 현실적이지 못하고 쓸모 없는 매물이라는..." 그래서 전문적인 부동산을 통해 필요한 토지를 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나도 그와 같은 방법을 택했지만 그 현실적이지 못한 매물을 수없이 보는 과정에서 과연 내가 필요한 토지의 유형이 어떤 것이라는 감을 잡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때마다 함께한 집사람은 또 한 명의 조언자였다. 평소 나의 의견에 반대를 하지 않았던 집사람이지만, 함께 돌아다니며 끝없이 내가 추구하는 곳에 대한 나의 의견
- 하루 한 사람도 만날 수 없는 오지로 들어가고 싶다.
-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도 상관 없다.
- 해발이 높더라도 굳이 문제가 될 것은 없다.
에 토를 달았고 그런 결과로 지금 그나마 주변에 사람들이 있는 그리고 한적한 장소를 택하게 된 것이다.
[희망] 마당 한편에 야생화를 심어야겠다.
곧 거처가 마련되고 5도2촌 시점이 다가왔다.
지난6월 횡성군 공근면에 약400평정도의 토지를 구해 등기를 마치고 컨테이너하우스 착공을 했다. 한전에 의뢰하여 전선주가 집 앞까지 오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도로와 다른 사람의 토지를 구분 짓는 경계측량을 했었다. 귀촌을 위한 첫걸음을 내딛게 된 것이다. 적어도 노후생활을 위한 방법의 반은 결정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제 땅을 구하기 위해 돌아다니던 2년간의 여정은 멈추고 이곳의 생활을 어떻게 꾸려나갈지를 계획 할 시점이다.
언제쯤 이곳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내며 어떤 일들을 하면서 보낼 것인가? 주변과의 관계는 어떻게 인연을 맺어야 하며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만해야 할 것이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올해 안으로 숙식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될 것이다. 또한 이곳서 일어난 일들을 소소하게 기록하게 하게 될 것이다. 유실수를 심기 위해 유실수의 특성을 공부하고 선택을 하여야 한다. 텃밭을 일구기 위해 어떤 도구들이 필요한지 구비를 해야 하고, 지난가을 공원이며 길거리에서 채취한 야생화나 나무열매를 싹 틔울 비닐하우스도 만들 것이다.
지금 난.. 기대반, 희망반, 걱정반으로 매일을 보내고 있다.
<에피다우러스에서 내 노후의 롤 모델이라고 생각되었던 노부부와 현장 동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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