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등령을 오르며.. 보름달이 환하게 웅장한 바위들을 비추는 이른 새벽, 난 마등령으로 향하는 설악산 한 능선 중턱에 서 있었다. 두시간 동안 그 가파른 등산로를 오르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관념들을 하나 둘씩 버려가고 있었다. 다음주에 예정되어있는 회사의 일들, 가을이면 줄줄이 다가오는 경조사와 동창들의 모임, 지난주 이런 저런 일로 신경전을 벌이던 회사 동료, 책상에 코를 박고 정신없이 지내던 근무시간들.. 머리의 중앙으로부터 시작된 땀방울이 관자놀이와 얼굴을 지나 땅으로 떨어지기 시작한지 오래되었다. 멀리 동해에서 먼동이 터 오는 느낌을 받았지만 그리 찬란한 일출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순간 함께 산행을 하는 사람들 마저 의식 속에서 놓아 버린다. 최근 일탈을 꿈 꿀 때마다 항상 난 그곳에 가보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