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의 산행은 북적이는 오전 산행과 사뭇 다르다. 여유를 보이며 산책하듯 돌아다니는 평일 산행과도 또 다르다. 휴식이 주어진 날의 번잡하지 않은 여유로움이라고 표현해야 할까? 비장한 각오를 하고 오르지않아도 된다. 갈 수 있는 만큼만 가면 된다. 분주한 산객들은 이미 일정을 마쳤으니 피해 갈 일도 없다. 뒷동산을 오르듯 물 한 병과 이제는 신체의 한 부분이라고 인정해야 할 스틱을 들고 한시간의 거친 호흡 끝에 관모봉에 오른다. 산에 오르면 공기가 맑다고 느낀 적이 언제였던가 아득하다. 미세먼지를 언제쯤 보지 않을 수 있을까. 관모봉에서 태을봉을 거쳐 슬기봉으로 가는 길은 비록 능선길이라고 하지만 오르내림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그 오르내림이 없다면 집에 있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하얗게 비워져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