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이 시원합니다.”
난 국군아저씨에게 보내는 이 한 구절의 편지 서두로 국어선생님의 칭찬을 받았었다. 중학교 2학년 이었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시간을 계산해 보니 47년전의 이야기가 되고 말았습니다.
갑자기 오늘 그 문구가 생각 난 것은 창 밖으로 불어오는 바람 때문일 것입니다.
봄을 알리는 계절풍 일 것이고, 이 바람은 나무를 흔들어 나무의 뿌리로부터 꼭대기까지 물을 올리게 하는 자연의 위대한 섭리일 것이라고 출처 모를 인터넷에서 들어 봄 직한 의 이야기를 믿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시간이 열한시가 가까워 오니, 요즘의 체력으로 보면 잠자리에 들었을 시간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유튜브의 백 패킹 프로그램을 보고있던 차에 주인공은 라면을 끓여 작은 병 속에 들은 소주를 한입 털어 넣는 것을 보고는 참지 못하고 라면 하나를 끓여 맥주에 약간의 소주를 타서 한잔 하고 난 후 였습니다.
왜 그들은 백 패킹을 갔으면 그냥 자연과 친화된 모습만 보여주면 될 것을 시시 때때로 먹을 것과 마실 것을 번갈아 가며 화면 속에 장식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겨울이라고 해도 지역 특성상 혹한이 아닌 겨울이 지나가니 아침 저녁으로는 서늘 하지만 한낮에는 그늘로 들어가지 않으면 따가운 햇볕에 장시간 노출이 되어 고통을 느낄 수도 있는 날씨 입니다.
옷차림은 그저 나체를 면한 최소한의 몸을 가리고 무장을 해제 한 상태여서 컨테이너 형 숙소에서 문을 열면 혹시 밖으로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혐오를 주거나 오해를 받을 수 있는 복장입니다.
늦은 밤이고 그것도 여러 동의 숙소 코너에 있는 내 숙소 앞을 지나갈 사람은 없겠지만..
그렇다고 잠자리에 들기 전인 늦은 밤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기도 뭣하고 해서 숙소 안의 전등을 껐습니다.
그리고는 살며시 문을 여니 상큼한 바람이 문틈으로 들어옵니다. 바람이 관통하도록 창문도 열어 놓았습니다.
역시…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이 시원합니다.”
점차 눈이 감기는 것을 인지하고 침대로 가려 했으나 뭔지 조금 아쉬운 듯하여 밖을 내다 보고 싶었습니다. 아마도 봄바람 소리가 그냥 온전히 침대로 나를 가지 못하게 만들었을 것입니다.
의자를 바람이 잘 들어오는 문 앞에 가져다 놓고 앉아 발을 꼬아 들어올려 벽체에 기댄 체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잠시 망중한을 즐겨 봅니다. 창으로 들어와 문으로 빠져 나가는 바람 속에서 조금전 끓였던 진한 라면 냄새가 밖으로 빠져 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는 조금 후.. 하늘은 비를 뿌립니다.
이런 풍경을 오늘 아니면 제대로 느낄 수 있을까요?
아니, 오늘이 지나가고 나면 이런 분위기의 편린을 기억이라도 할 수 있을까요?
감기는 눈을 치뜨고 키보드를 두드리는 이유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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