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을 끼고 있는 아담한 터에는 여지없이 귀촌을 함직한 아름다운 주택들이 깔끔하게 마치 팬션처럼 자리 잡고 있다.
비슷하지만 같지 않은 길, 지루할 것 같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은 길, 해안가 길을 걷고 나니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 나오고 그 마을을 한바퀴 돌아 나오니 차량 한대가 어렵사리 지나 다닐 수 있는 능선 길로 유도를 한다.
평소보다 오랫동안 걷다 보니 내가 지금 걷고 있는 길이 도보여행을 위해 만들어진것만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큰길 너른 길 상관없이 차량이 지나면 불편했지만, 바다를 끼고 걷는 길이 어찌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있을까?
어떤 곳은 마을과 어울어진 너른 길을 걷다가, 얕은 언덕이 시작되는 구간에서는 가시덤불을 헤치고 지날때도 있었고, 바다를 낀 한적한 능선으로는 아늑한 길이 놓여있다. 다랭이 지겟길 이라고 한다.
중간 중간 이정표가 없어 잘못 들은 길에서는 스마트 폰의 어플을 이용하면 현재 위치와 지도상의 길을 비교하여주어 잘못된 길을 쉽게 빠져 나올 수가 있었다.
첫날의 목적지인 다랭이 마을 못 미쳐서 언덕 위의 팬션 들이 줄을 이었다. 마을 안으로 들어가 민박을 찾았으나, 비수기 임에도 생각 보다 숙박 가격은 떨어지지 않아 있었다.
조금 늦은 저녁 숙소에 도착하여 세면을 하고 잠만 자고 다음날 아침 일찍 떠나려는, 도보 만을 목적으로 하는 여행자가 통상적인 팬션에서 숙박을 하며 비용을 지불하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민박집에 사정을 설명하고 가격 조정을 부탁하지만, 주변 민박과의 형평성 문자로 정해놓은 가격을 지키지 않는 것은 쉽지 않아 보였다.
다행히도 우리가 찾아간 민박집 할머니는 한 분이 별채에 머무시면서 거실 하나에 방에 셋 달린 민박 집이었다. 방 하나에 거실과 화장실은 공용이었으나 그날 다른 손님이 없어 거실과 방을 맘껏 우리가 사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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