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걷기·도보)/남해바래길

[2016.02.26] 남해바래길 1코스

루커라운드 2016. 3. 3. 10:43

 

 

무모하다고 하긴 그렇지만 과한 욕심을 가지고 출발을 했던 건 부인 하지 못하겠다.

 

정년으로 인한 경제 활동을 할 수 있을 때까지 남아있는 시간은 2.. 그 남은 2년을 조금 더 효율적으로 하자는 취지 였지만 세상 이치가 어디 그런가? 너무 효율만을 찾다 보니 하나 얻으면 하나 잃을 수 있다는 기본적인 원칙을 망각 할 수도 있다는 걸..

 

그렇다고 하더라도 내가 지금 택할 수 있는 최선이 방법을 찾아 행동을 하고 있고, 결코 후회 할 일 없을 거란 확신 하에 결정을 한 것이다. 남은 2년을 해외 근무로 마쳐 보겠다고.

얼마가 될지 모를 나머지 생을 조금 덜 불편하게 지낼 방법으로 선택한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닐 것이라고.

 

그래서 가족과 떨어지고, 아직은 신비감과 새로움에 익숙해 있지 못하고 적응 되지 않은 횡성텃밭으로의 즐거움도 잠시 미루기로 결정하였던 것이다.

그래그깟 2년 정도야.

 

아직은 폐 깊숙이 봄바람을 집어 넣기에는 이른 봄이지만 연휴와 부임 휴가를 이용해서 기회를 보아오던 남해로의 도보여행을 떠났다.

 

사실 이번 코스는 지난해 연말 다녀올 계획을 했었는데 출발 이틀 전 동행하기로 했던 집사람이 심한 감기로 함께 할 수 없음에 취소 되었던 여행이다.

 

가끔은 혼자라도 떠나 보고 싶은 충동이 있었던 터라 혼자라도 실행으로 옮길까 하는 생각도 했었지만, 다른 일도 아니고 감기로 인하여 불편함을 보고 떠난다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 들었다.

 

봄방학으로 지루해져 있을 수도 있겠다 싶은 아들에게 로의 제안은 의외로 쉽게 동행하겠다는 회신이 왔다.

 

도보여행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 직장이 아니더라도 어떻게 빠져 나갈 만반의 핑계로 무장을 하고 있는 큰 녀석을 뒤로하고 이른 아침 집을 나섰다.

 

길 위에 선다는 것은 일상의 구속으로부터의 진정한 해방이다.”

도보여행을 미화 시킬 문구를 찾다가 이런 글을 머릿속에서 끄집어 내 보았다. 아침이 상쾌하게 느껴졌다.

 

약간 흐린 하늘을 보고 안양을 출발해서 공주 휴게소에 다다르니 갑자기 함박눈이 하늘을 뒤 덮는다. 오수 휴게소를 지나면서는 월동 장구 없이 고속도로에 있다는 것이 부담스러울 정도 눈발이 지속되었다. 오늘 오전에 남해에 도착하여 한구간이라도 걸으려 했던 계획을 제대로 진행 할수 있을지 의심스런 날씨는 하동을 지나 남해 대교에 들어와서야 다시 봄 날씨로 돌아왔다.

 

왜 사람들이 이른 봄의 느낌을 남해에서 맞이 하려는지 알 것 같기도 하다.

 

남해읍 중앙 시장의 한식집에서 서둘러 점심을 마치고 1코스 시작점인 평산항주변의 버스타는 곳에 차를 세워놓고 서둘러 걷기를 시작한다. 휴게소에서 맞은 늦겨울의 날씨는 오간데 없이 발걸음 옮기는 곳마다 봄의 기운이 몰려 든다.

 

 

평산항을 빠져나오며 동네 주변의 텃밭에 자리한 매화꽃이 화사하게 만발하고, 겨울을 난 시금치며 마늘은 수확을 할 수 있을 만큼 자라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