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0.12] 모래바람
매케한 흙 냄새가 콧속으로 들어온다.
난 지금 캠프에서 한국과 일본의 축구를 보고 있는데 방금 0:0무승부를 기록하며 게임이 종료되었다.
한국 시간으로는 아홉시 오십분 이곳 시간으로 다섯시 사십분..평소 같으면 아직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을 시간이다.
오늘 한치를 분간 할 수 없는 모랫바람 때문에 작업자는 물론이고 사무실 인원도 철수를 했다.
오후 두세시부터 거세게 몰아치는 모랫바람은 오후 네시에 작업중지와 함께 캠프로 철수하는 상황 까지 몰고 갔다.
현장사무실 한쪽 끝에서 다른 한쪽끝을 분간 할 수 없을 정도로 미세한 먼지들은 공간을 떠 돌고 있었다.
현지인중 불과 스무살이 되지 않은 직원이 있다.
그에게 이런 상황이 일년에 몇번정도가 일어나느냐고 물어보았더니, 저는 나름 도시에 살기에 이런 상황을 잘 보지 못했다고 한다.
아마 이곳에서도 계절이 바뀌면서 공기의 흐름 때문에 바람이 거세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주 아주 옛날에는 그래도 우릴 위로해주는 사람들이 있었었다.
열사의 나라 모래바람 속에서 고생하는 근로자운운 하면서..
하지만 지금은..
사무실에서도 시계에 한계를 느끼는 지금 우린 자부심이랄까 그런 것들의 감정은 자취를 감추었다.
그냥 지금 일어나는 상황들이 귀찮고 번거로울 따름이다.
매일 하루에 두세번씩 현장을 돌아보는 담당자들도 사무실로 들어오면서 그 넓지 않은 현장에서 모래바람으로
인하여 방향과 길을 잃어 버릴뻔했다는 말이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다.
차를 타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은 어찌 그리 험난하던지.
모래언덕주변을 지날 때는 차위로 떨어지는 모래먼지가 자동차의 소음보다 크게 들린다.
숙소로 돌아와 창틀 주변이며 창가쪽으로 붙여놓은 침대이불위로 옅은 층을 이룬 모래들이 옅은 층을 이루고 있다.
나..지금 무엇을 하려 하는것일까?
나 지금 무엇을 얻으려 하는것일까?
나 지금 슬프거나 서러운 감정이 있는걸까?
아직 숙소밖의 바람은 잦아들지 않는 상황 속에서 먼지모래로 어적거리는 방바닥을 닦으며 그렇게 묻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