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0.03] 현장에서 숙소까지 걷기
내 몸의 컨디션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점심식사 전 숙소 의무실에 들러 혈압을 재어 보았다. 100 ~ 150.. 이곳 현지인 의사가 담당하고
있는 숙소의무실에는 비상상비약을 위주로 몇 가지의 약이 구비되어 있다. 혈압측정기는 청진기를 귀에 대고 손으로 압을 가해 혈압을
재는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볼 수 없는 방법으로 측정을 하고 있는데, 오히려 인간적인 느낌으로 전달되어 진정한 의사를 만나는 느낌이다.
좀 높기는 하나 이곳이 고지대이고 산소량이 부족한 것을 감안하여 몸에 특별히 이상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휴일인 내일 아침에는 현장입구에서 캠프까지 걸어 보련다. 어림잡아 10여 Km의 거리다.
여섯시반 배식을 하기에는 이른 시간이라 먹을 아무것도 챙기지 않고 숙소를 나선다. 목적지까지 걷다가 히치하이크를 하여 되돌아
오려 했으나 현지인이 그의 동료를 캠프 앞에 내려주는 차를 얻어탄다.
간단한 몸동작을 알아차린 그는 내가 가려고 하는 목적지 까지 태워다 주었다,
그리고는 차를 돌려 오던길을 쏜살같이 달려가며 창 너머로 웃을을 보낸다. 초면인 나의 부탁을 받고는 15분 거리를 왔다가 되돌아 가는 것 이었다.
가끔씩 그들이 갖는 여유는 어디서부터 기인하는 것 인지 궁금하기 만 하다.
길에 대한 두려움은 들지 않았다.
평소 현장을 향하던 길이고 그 뒤로 보이는 기찻길과 가끔씩 작은 언덕에 가리워진 마을들…..
그래서 흥미가 조금 반감이 되지만 언젠가는 한번 걸어보려고 마음 먹었던 터였다.
기찻길로 접근하니 작은 역이 있었고 그 역을 중심으로 또 작은 마을이 자연스레 생성되어 있었으나 쉽게 인적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역사인듯한 건물주위를 두리번 거리는 데 건물로부터 한사람의 인기척이 있다. 역시 표정이 없는 얼굴이다. 몸짓손짓으로 몇 마듸를 건네고
나서야 웃음이 찾아온다. 그 역의 모습이 특이하여 사진을 찍을 수 있냐고 하니 찍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내가 느낀 이들의 행동은 모두 이렇다. 물어보지 않고 그냥 사진을 찍는 다고 누가 뭐라고 하는 사람을 한번도 본적이 없다.
하지만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어보면 하나같이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관공서나 국가 소유의 물건에 대해서 말 이다.
즉, 내가 허락하지는 않았는데도 그는 그런 행위를 했다. 뭐~~ 이런 결과를 유도 하는 것 같았다.
치사하지만..그가 허가하지 않은 건물을 찍지 못할 수밖에..
철길근처의 창고처럼 생긴 건물은 페인트 색갈과 자물쇠에 눈길이 간다. 건물에서 흔히 보기힘든 옥색페인트와 조잡하게 보이는 자물쇠에 눈길간다.
역시 이곳에서도 기찻길 옆으로 작은 도로가 평행선을 유지하며 닦여있었다.
몇 미터 앞에서 누군가 몇 가지의 공구를 들고 기찻길 위를 걷는다. 나는 인도를 걸어가고 있다.
한동안을 그렇게가다가 잠시 앉아서 뭔가를 툭탁 거리다 다시 일어나서 걷는다. 철도 보수원인 듯 했다.
그는 내가 걷기를 마치는 지점까지 그렇게 걷다가 건널목에서 쉬다가 또 어딘가에서는 뭔가를 수리하면서 네 시간을 함께 걸었다.
물론 그의 눈에 내가 무엇을 하는지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었으리라.
작은 사막언덕을 올라갔다 내려와 그가 시야에서 사라 졋나 했더니 작은 동네와 마주친 철길위에 앉아서 동네 사람과 잡담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그제서야 네 시간만에 서로 아는 척을 하고 나서 그는 또 그의 길을 가고 난, 나의 숙소를 향해 또 걸었다.
한번정도 깊이 생각해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이지만..
길은 정말 많은 것을 가르쳐 준다. 그 너른평지와 한시간 이상 버스를 타고 움직이면서도 똑 같은 차창밖의 풍경을 보여주는
변화가 거의 없는 지방임은 이미 버스를 타고나서 느꼇던 점이다. 그래서 오늘 걷는 길 또한 운동을 겸한 무료한 시간을 보내려 나섯던 길이다.
하지만, 길의 단순함은 길에서 보는 풍경보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준다.
휴대폰에 저장해가 노래 가락과 가사에서 평소느끼지 못했던 진한 감정이 전해져 온다.
내가 알고 지내던 사람들은 지금쯤 무엇을 하고 있을까,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혹시 내 생각도 하고 있을까?
난 평소 그들에게 인간적인 소홀함은 없었는가? 하는 생각과 노래의 슬픈 음절이 길위에서 고독감으로 느껴가고 있었다.
또 하나 터득한 것은 이곳에서 길을 걸으며 단순함을 탈피하는 방법이 작은 모래언덕으로 올라 가는 일이다.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을까 의구심을 갖고 찾아보면 그곳에도 길은 있었다. 양치는 목동과 양들이 움직인 길, 목초를 만들기 위해 농부가
움직인 길..그길을 따라 모래사막 언덕위에 오르면 주변의 풍경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내가 걷는 도로에서 불과 오분정도의 언덕에 올라왔는데도 말이다.
그렇게넓고 평평한 초목지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니 길을 잊을 일은 없다. 작은 동네와 철길, 수로 우마차길 그리고는 사막을
번갈아 오가니 평탄하고 단단하게 만들어진 길보다 힘은 들었지만 나름 변화를 주어 걸음에 지루함은 반감되었다.
사막에 살아가는 식물들
탱자나무와 같이 가시로 만들어진 식물은 사막에 지천으로 깔리었다. 그 풀은 양들의 먹이가 되고 건초의 재료가 된다.
가끔은 나름 아름다운 자태로 꽃을 피우는 식물이 있는가 하면 연록색은 작은 식물은 도저히 살아가기 힘들게 보이는 모래사막에
외로이 뿌리를 내리고 연약하게 보이지만 나름 꿋꿋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특이해 사진으로 기록해 보았다.
바람이 만들어낸 모래의 형태와 사람이 만들어낸 구조물의 어울림이 특이하다. 무긍 무진한 모습의 모래형태에 자꾸 자꾸 관심이 쏠린다.
누군가가 유목민의 습관으로 야영을 하였나 보다. 문명을 접하지 않았다면 굿이 문명의 아쉬움이 필요할까?
그냥 그대로 산들 부족함을 느끼지 않는다면 것도 괜찮은 생활습관이겠지. 하지만 발전된 문명속에서 살아보았다는 이유로 그들의 삶을
불편하게 보며 특이하게 보인다.
변화 없는 길은 끝없고 조금은 지루할 정도로 이어져 있다. 그 옆으로 불안해 보이는 전봇대가 말없이 동행을 한다.
겨울도 오는가 보다. 한 달전 이곳에 왔을 때 보다 건초더미가 더 많이 눈에 띄는 것을 보면 이곳에도 다가올 겨울을 준비하고 있는건 아닐까?
사람의 기척이 나면 무서운 속도로 어디론지 도망치던 도마뱀 녀석들. 헌데 이녀석은 움직이지를 않는다.
혹시 핸드폰에서 흘러나오는 지금 내가 푹 빠져 듣고있는 조성모의 “아시나요” 를 들으며 이녀석도 그 음악소리에 온 정신을 빼앗겨 버린건 아닐런지?
아침 일곱 시부터 걷기 시작한 길은 열한시 반이 되어서야 캠프에 돌아올 수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만큼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정말 무료할 수도 있는 걸까?
그게 맞는걸까?
자꾸 의구심이 깊어만 간다.
아무것도 살 수 없을 것 같은 사막에서도 그들은 나름 삶의 방법을 터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