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20] 중복 - 무더위에 텃밭에서
화단 경계석
화단과 잔디, 꽃밭과 길, 두 공간을 굳이 나눠야 할까? 나눈다면 어떤 방법으로 공간을 구분해야 할까?
막연하게나마 두 공간을 구분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사람이 원해서, 관리를 위해서 였다. 경계가 모호한 공간에서 풀과 잔디, 화초와 잔디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무 자르듯 선을 긋고 경계를 침범하는 개체는 아무리 아끼는 것이라도 가차없이 제거 해야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인터넷으로 화단 경계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보았다. 잔디엣지 화단경계, 텃밭휀스, 정원경계휀스 등 여러가지 자재는 대부분 프라스틱을 활용한 것이었다. 한동안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가 텃밭을 정리하며 모아놓은 돌로 경계를 하기로 했다.
직선 줄을 띄우고 무슨 거대한 구조물을 만들 듯 자못 심각하게 반나절을 해 놓은 것을 보고 있던 아내는 유치하다는 표정이다. 어릴 때 집 앞 꽃밭을 만들 때 이미 다 해 보았던 본 짓거리 라나? 하긴 무더위에 반나절 땀을 흘리며 만들어 놓은 것이 비하면 내가 봐도 조금 유치하긴 하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서 그 방법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면 나머지 공간도 고려를 해 봐야겠다.
농약살포
친환경이니 유기농이니 이해할수 없는 농사의 방법이지만, 그 의미를 알고 실천하려 했던 건 아니다. 한여름 누렇게 죽어있는 길가의 풀들이 제초제로 인한 것이라는 두려움과 살충제를 사용하기에는 그것에 대한 무지함, 그리고 두려움, 방법을 터득할 시간의 부재 이런 것들이 제초제는 물론 유실수에 농약을 살포하지 못하게 하는 요인들이었다.
복숭아나 배, 그리고 사과가 여름이 지나면서 벌레가 먹고 그으름 병이 생기고 급기야는 힘없이 떨어지는 일들을 몇 년 번복하면서도 수확을 포기하면 했지 농약을 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어제 화초를 살피다가 화초 위에 희색의 먼지 같은 것들이 묻어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유튜브로 이것 저것 검색을 하다가 장날인 오늘 결국 농약 상회에 들렀다. 마치 제조를 하듯 이것 저것 서너가지를 1리터짜리 분무기에 희석하여 화초에 뿌리다 보니 1리터의 분무기로는 양이 적다.
오래전 지인에게서 받은 20리터짜리 분무기통에 희석을 하고 나니, 그동안 방치해 두었던 유실수로 눈이 간다. 올해초 나무 한 그루당 비료 한포씩 투입해서 그런지 아니면 한해를 거르는 해걸이를 한 때문인지 복숭아나무와 배나무, 자두나무는 예년에 보기 드물게 많이 달렸는데, 평소와 같이 수확을 포기 한다는 것이 조금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농약을 살포하고 나니 올해엔 유실수에서 나오는 과일을 얻을 수도 있겠다는 자신감이 든다. 허나, 다른 어떤 변수들이 내 기대를 져 버릴지 기다려 볼 일이다.
화초
작년과 올해 화초에 신경을 많이 썼었다. 하지만, 올 여름에도 예년과 변한 건 없어 보인다. 아마도 은근과 끝기 그리고 지속적인 노력이 없다면 원하는 만큼의 화초를 보기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몇 년전 지인이 분양해 준 다알리아의 아름다움에 푹 빠졌던 해가 있었다. 올해는 꽃씨를 구입하여 뿌린 결과 가을 꽃으로 알려진 다알리아가 첫 꽃을 피웠다.
꽃 하나하나의 개체로 보면 연약해 보이는 금불초, 번식력은 상상 이상이다. 잔디밭은 물론이고 공간이 있는 곳마다 뿌리를 내리다 보니 해마다 이놈 제거하느라 정신이 없다.
노랑 인동초와 달리 청순해 보이는 붉은 인동, 오랫동안 공을 들인 것이 이제서야 꽃을 보는 기쁨을 선사한다.
범 부채 꽃이다. 작고 주황색의 꽃에 붉은 점을 보고있으면 꽃의 다양성을 실감하게 된다.
길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루드베키아. 처음 보았을 때의 호기심을 이젠 잃어 버렸다. 영원한 건 없다는 말이 진리인가?
화려할 것 같지만 결코 화려하지 않은 나리꽃, 흔하면서도 식상하지 않는 나리꽃, 다른곳 보다 개화가 늦은 걸 보면 계절이 조금 늦게 오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이맘때면 지리산 주능선에서 원없이 볼수 있는 원추리. 그 꽃을 보면 지리산 종주하던 때가 떠오르고는 한다.
다른 곳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뻐꾹 나리는 이곳이 환경에 맞는가 보다. 그늘아래 잘 번식하고 8월이 되면 군락을 이루고 있는 풍경이 환상적이다. 이제 막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하얀 백합이다. 그 화려함을 이곳에서 꽃 피운 것이 고마울 따름이다.
텃밭
텃밭의 관리는 나의 몫이 아니다. 역할이 바뀐 것 같긴 하지만, 식탁 위로 올라오는 것은 아내의 몫, 난 그들이 자랄 수 있는 환경(밭갈고, 멀칭하고, 고라니 망 치고 등) 만을 만들어 놓고 화초에 신경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