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12] 수리산행
코로나는 우리의 일상을 생각 외로 많이 바꾸어 놓고 있는 것 같다. 일손을 놓고 보니 아침을 먹는 것도 여유가 생긴다. 빵을 굽고 토마토를 썰어 준비를 한다. 옥상화분에서 어렵게 수확을 한 호박을 삶아 우유를 넣고 갈고 딸기잼을 준비하여 옥상으로 올라갔다. 커피 포트와 믹스 커피도 준비를 하였다. 아스라히 잡힐듯한 관악산 뒤로 보이는 실루엣처럼 보이는 것은 북한산일 것이다.
그 오랫동안 관악산방면을 보아왔지만 그 뒤로 능선 하나가 더 있다는 것을 오늘에야 알았다. 코로나로 인해 공해가 줄어든 것이 분명하다. 더구나 오늘은 흐린 날씨여서 맑은 날씨 때보다 가시권이 줄어야 했다.
어제 20여 Km를 걸었으니 오늘은 휴식을 취할 생각이었으나 관악산 뒤로의 능선이 마음을 산으로 이끈다. 아침을 늦게 먹었으니 물 한통과 과일 몇 개를 가지고 집 뒤의 수리산 들머리로부터 산행을 시작한다. 역시 생각 같아서는 수리산종주를 하고 싶었지만, 쉽지 않다는 것을 미리 짐작한다.
몸이 무겁다. 평소 한시간이면 충분했던 관모봉까지 두번의 휴식을 거쳐 간신히 오른다. 휴일이어서 인지 단체로 산을 오르는 팀들이 부쩍 눈에 띈다. 이 코스는 결혼 전부터 오르내리던 길이니 그날의 컨디션이 어떤지 이 길을 걸어보면 측정이 가능하다. 체력이라는 것이 나이에 따라 저하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절실히 느낀다.
하지만, 아침에 느꼈던 환경의 변화는 분명하다. 흐린 하늘 아래로 멀리 롯데월드 타워가 보이고 관악산 뒤로는 아직도 하나의 능선이 존재를 한다. 힘들게 관모봉까지 오른 후 태을봉까지는 자동이다. 힘이 든다고 관모봉에서 발걸음을 되돌리는 것을 앞으로 산행을 포기한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
태을봉에서 수리산 정상이 있는 슬기봉까지는 약 2.4Km이지만 코스의 난이도는 지금까지 걸어온 것과는 비할 바가 아니라는 것이 나의 기억이다. 가다가 힘들면 중간에 우측으로 빠져 병목안으로 탈출을 할 생각으로 태을봉과 지척에 있는 병풍 바위를 지나다 보니 험난하거나 위험한 코스에는 여지없이 계단을 설치 해 놓아 생각했던 것 보다는 어려움 없이 슬기봉까지 갈 수 있었다. 시간상으로는 약 반 정도로 산행시간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최근 들어 내가 낸 세금이 도대체 어떻게 쓰이며, 제대로 쓰이는지 불만을 갖었 었는데, 이곳에 설치한 계단을 보며 제대로 쓰인 곳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씁쓸한 웃음이 나온다. 그동안 너무 산행을 하지 않아 수암봉까지 가는 것을 포기하고 아스팔트로 포장된 군부대로 오르는 길을 내려오다 보니 오히려 지속 산행을 하는 것이 나을 듯 했다.
병목안까지 나오면서 파라솔까지 설치해 놓으며 교통 정리를 하는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환경보호나 교통 질서가 중요하긴 하지만, 혹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 과하게 사람을 투입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산행을 하면서도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생각을 하는 것인가 반성도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