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31] 자가 격리 해제
<격리기간 동안 휴식을 취할수 있었던 유일한 외부 공간>
머지않은 후일 무엇인가를 얻으려 했던 14일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2주간의 격리 생활이 마감되어가는 이 시점에 코로나가 내게 준 기회는 내 인생에 어떤 의미를 부여했는지 결과를 알 수 없어 작은 허탈감과 함께 합니다. 인생도 아마 그렇지 않을까 미루어 짐작하는 건 위험한 생각일까요?
1.5평 남짓한 현장의 숙소에서 삼시세끼 날라다 주는 식사를 하고, 책과 영화와 유튜브, 그리고 SNS를 통한 외부와의 교류를 시도 했습니다. 가끔은 혼자 술도 마시고 집으로 전화도 하고 실시간으로 하는 인터넷 방송도 들었습니다.
사람들이 출근을 한시간, 창문을 활짝 열고 환기도 시키고, 저녁으로는 따뜻한 물로 샤워도 꼬박 꼬박 했습니다. 한국보다 훨씬 더위가 빨리 찾아 올 것 같은 분위기 였지만 한국에서 봄이 오지 않듯, 이곳에서도 쉽게 봄이 찾아 오지 않았습니다. 분명 식물들은 봄을 감지하고 있는 것 같은데 하루를 멀다 하고 뿌리는 빗방울과 흐림과 맑음을 번복하는 변덕스런 날씨, 더하여 아침저녁으로의 일교차를 평균 내어 비교하면 결코 한국의 계절보다 빠른 걸음으로 나아가진 못했습니다.
늦은 아침까지 방열기 히터를 틀어놓고, 낮잠을 잘 때도 전기 담요의 온도를 올려 놓아야만 했습니다. 늦은 오후 숙소를 관리하는 현지인들이 퇴근한 틈을 타서 숙소 근처를 잠시 배회 하는 것으로 답답함을 달래기도 했습니다.
오늘 부로 자가 격리 해제 되고, 이제 일터로 돌아 갑니다. 그동안 무엇인가를 얻으려 했기에 지금 손에 쥐어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더욱 인지 시켜 주는 것 같습니다.
정말 아무것도 주어진 것이 없는지 시간이 지나며 다시 한번 확인 해 보고 싶습니다. 환기를 시키기 위해 창문을 열면서 올려다 보았던 하늘, 늦은 저녁 추적이던 음습한 빗소리, 아무 생각 없이 음악에만 의존했던 시간들, 그동안 보았던 책과 영화를 본 기록들 그리고 실체가 남지 않는 상념들… 분명 어느 시점에 아련한 기억으로 떠 오를 것을 기대 해 봅니다.
내일부터 다시 일상으로 돌아 갑니다. 환경이 바뀌기 전의 얼마 남지 않은 소중한 일상으로…!!
<한국(밤 12시), 알제리(오후 4시) 실시간 온도 비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