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27] 나 누구?? 나 어디??
휴일인 금요일 저녁입니다. 벌써 열흘째 격리되어 숙소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한때... 홀로 지내고 싶은 생각도 많이 했는데, 막상 이렇게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없이 열흘 이상 지내다 보니 별의 별 생각 다 듭니다.
오늘 휴일임에도 사람들과 접촉을 하지 못하고 숙소로 공급되는 삼시세끼 밥을 먹다 보니..
또... 술 한잔 하고 싶어 집니다.
휴가 이후 이곳에 와서 혼자 술을 마신 건 두번.. 처음에는 그냥 심심해서..
또 한번은 허전해서.. 그렇게 먹다 보니.. 남는게 별로 없습니다.
괜히 술을 먹는 것 같아서 혼자 술 먹는 거 안하기로 했었는데..
나흘째 지나면서 휴일이 되다 보니 또 허전합니다.
소위 빨간딱지 오리지널 소주에 맥주를 타서 한잔하고 잠을 청하려 했는데..
잠은 안 오고 괜한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 갑니다.
오후 8시..
다른 사람들은 휴일 저녁이니 내일을 위해 조금 이른 휴식 모드로 들어가고..
난, 한잔 술에 정신적인 방황을 하고 있습니다.
오전에는 페이스 북을 통하여 오랜 친구(중학교 동창)의 죽음 소식을 들었습니다. 자주 만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페이스 북을 통하여 안부를 주고 받았던 친구는 작년엔가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고 나름 삶을 위해 열심히 노력을 했던 것 같은데 오늘 친구의 후배가 부고를 알려왔습니다.
슬프기는 하지만, 담담하게 받아 들여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습니다. 인정 할 수 밖에 없는 그것이 더욱 더 슬픔으로 다가옵니다.
다른 사람들과 접촉 할 일이 없으니(하면 안되니) 숙소 앞 의자를 내 놓고 하늘을 봅니다. 일주일 동안 오락 가락 하던 비로 공기는 매우 깨끗해 진 것 같고 하늘도 맑아 별이 초롱초롱 합니다.
생각 같아서는 음악을 틀어놓고 이런 현실을 맞이하고 싶지만, 일을 시키지 않고 격리 생활을 해야하는 사람들이 지켜야 할 사항을 생각 합니다.
필리핀이나 인도 근로자들은 우리와 같이 숙소생활을 하기 때문에 일을 하지만, 현지인들은 코로나를 핑계(?)로 출근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언제 이 상황일 끝이 날지..
그냥.. 고민하지 말고 조금 일찍 샤워하고 잠자리에 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오후 8시밖에 되지 않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