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24] 현장일상 (감기 ? 독감 ?)
삐빅~~삑~~
경고음이다. 다시 신중하게 관자놀이를 겨냥하고 디지털 온도계의 방아쇠처럼 생긴 스위치를 당겼다.
삐빅~~삑~~, 삐빅~~삑~~, 삐빅~~삑~~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세 번을 연이어 당겨도 경고음은 계속된다. 숫자판에는 37.8이라는 숫자가 선명하다.
<디지털 체온계>
어제 저녁 모여서 술 한잔 하는 과정에서 방문을 활짝 열었다. 삼겹살 굽는 냄새와 진공 포장 되어있던 홍어를 꺼내면서 두 가지 냄새가 섞여 나오는 야릇한 냄새 때문에 문을 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중해성 기후라고 했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기간에는 사막 기후 라고도 한다. 밤과 낮의 기온 차이가 20도 가까이 난다. 낮 생각하며 반팔을 입고 있었으니 한기가 들었다. 오랫동안 있을 것이 아니니 그냥 버텼다.
아침에 일어나니 목 주위에 달렸을 법한 방울만 한 크기의 살점이 입과 기도 사이를 가로 막고 있었다. 겨우 아침을 먹고 사무실로 나가 뜨거운 물을 두어 컵 마셨으나 가라 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다시 힘들게 점심을 먹고 회의를 마치니 하도 매스컴에서 떠들어서 인지 디지털 온도계로 체온들을 재고 있었다. 생각해 보니 몸이 약간 달아 있는 느낌이다.
업무를 할 수 없을 정도는 아니지만 워낙 민감하게 반응들을 하는 터라 숙소로 간다고 했다. 저녁시간까지는 두 시간 정도 남았다. 잠시 침대에 누워 음악을 듣는다. 조금 불안한 마음이지만 몸은 편했다. 언제까지 숙소에 있어야 할 지도 판단이 서질 않는다. 이제 열흘 후면 휴가를 가야 하는데 여러 가지 상황이 불편하기만 하다.
아이들이 있는 젊은 사람들의 집으로부터 휴가를 늦추어 오라는 주문과 어쩔 수 없이 온다면 집으로 바로 오지 말라는 주문을 하는 것 같았다. 아이들 때문이라고 하니 뭐라고 하기도 그렇지만 순응하며 받아 들이는 사람들을 보면서 감성이 이성을 지배했던 젊은 날이 그리워 진다.
오늘은 팀원들과 회식을 하기로 한 날이었다. 보드카를 준비하고 레몬과 양파와 양배추를 구해서 저녁을 먹으며 한잔 하기로 했었다. 슬금 슬금 눈치들을 본다. 난 괜찮으니 예정대로 진행하라고 했다. 내가 참석을 할 수는 있지만 혹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난 참석을 안 한다고 했다.
사무실에 있던 디지털 온도계를 숙소로 가져오라 했다. 가져오자 마자 온도를 재니 역시 경고음을 울린다, 37,8도다. 늦게 저녁을 먹고 다시 한번 온도를 재 본다. 경고음이 없다.
6:40 -> 36.8도, 7:10 -> 37.1도, 7:45 -> 37.3, 8:10 -> 36.8도 이 추세로 라면 걱정 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아직도 목구멍 깊숙하게 호두 알 만한 멍울이 갈아 앉지 못하고 있다.
주변에 나와 비슷한 연배의 직원은 내방으로 찾아와 한잔 하자고 했다. 현장 전체가 회식을 하고 있는 날이니..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머슥 하니 돌아간다.
온도를 재는 동안 다시 음악을 틀어놓고 책을 들었다. 아까와는 달리 마음도 편해진다. 두시간 가까이 책을 들고 있었더니 눈이 침침해 온다. 생각 같이 책도 마음껏 읽을 수 없는 환경에 처해 있는 나이가 내 나인가 보다. 내일아침은 어떻게 할까?
아무일 없듯이 지낸 세월..되돌아 보면 크고 작은 근심과 걱정 그리고 섭섭함이 좋았던 날들보다 더 많았던 것 같다.
새삼 중얼거려 본다.
인생이 그런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