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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05] 근로시간에 관하여

루커라운드 2020. 2. 6. 01:39


수요일 오후 네 시반, 현장에서 정문으로 나가는 길에 몇몇 현지인들이 분주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퇴근시간이 이미 지난 시간이어서 주변으로는 한낮의 분주했던 중장비 소리나 현장의 소음이 없으니 평온해 보이는 분위기이다.  사무실로 들어오니, 현지인들은 이미 다 퇴근을 하고 한국인 직원과 제3외국인 직원들이 자리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3외국인의 거주지는 한국인캠프와 맞닿은 곳으로 근무시간은 한국사람들과 비슷하다.

 

한 시간 반 후, 오후 여섯시가 되면 한국인들은 저녁식사를 하러 가고 3국인들은 한시간 더하여 오후 7시에 저녁을 먹으러 간다. 일부 한국인은 저녁식사후 7시부터 1~2시간 더 근무를 한다.

 

정리해 보면

현지인들은 아침 7 ~ 오후 4시 점심 1시간을 제외하면 8시간

한국인들은 아침 7 ~ 오후 6시 점심 1.5 시간을 제외하면 9.5시간 + 일부는 11시간 내외

삼국인 들은 아침 7 ~ 오후 7시 점심 1 시간을 11시간 근무를 한다.

 

우선, 한국인들의 근무 시간에 대하여 이야기 해 보고자 한다.

내가 처음 건설현장에 투입이 되었을 당시는 사람은 일을 하기 위해 태어난 것으로 알았다. 당시 근로시간은 곧 급료로 연결되었고 아련하지만 기억나는 숫자들이 있다.

  1. 208시간(일주일 동안의 규정시간, 하루 8시간 한 달 휴일 4번을 제외하고 꼬박 근무한다면 얻을 수 있는 시간 이다) 노동법에 규정된 시간이지만, 이정도 근무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2. 280시간 (하루 8시간에 시간외 근무 2시간, 시간외 근무는 1.5배로 산정하기에 하루 11시간을 근무한 것으로 간주하여 한 달 휴일 4번을 제외, 점심시간을 제외하며 꼬박 근무한다면 얻을 수 있는 시간 이다) 외국계회사가 운영하는 현장에 인력 지원으로 근무를 하는 현장에서 발생한다. 상대적으로 근무시간은 적어 몸은 편하지만 어느 누구도 이와 같은 근무지에 배치되는 것을 바라는 사람은 없었다.

  3. 380시간 (하루 8시간에 시간외 근무 4시간, 시간외 근무는 1.5배로 산정하기에 하루 14시간을 근무한 것으로 간주하고 한 달중 휴일 2번은 오전근무를 하여 얻을 수 있는 시간 이다) 한국 건설회사에 근무하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근무 형태이다.

  4. 420시간 (380시간을 근무하는 시간에 야리끼리 일정한 물량을 정해진 시간에 완성을 하면 성과로 주어지는 시간포함. 이를 위해서는 근무 강도가 평소보다 훨씬 강해진다) 많은 사람들이 몸의 고단함을 무릅쓰고 이와 같은 업무를 원한다.

시간은 돈이다. 한 달을 근무하더라도 280시간을 획득한 근로자와 420시간을 근무한 근로자의 월급은 1.5배가 차이가 난다. 아주 급하게 진행되어야 하는 현장에서는 상상초월 할 시간이 오르는 곳이 있다. 심지어 550~600시간까지.  그들은 새벽 별을 보고 일어나 밤 늦게 까지, 그리고 일요일까지 모두 반납하고 일을 한다. 불평 불만이 있을 수가 없다. 돈으로 보상이 되니..

 

이를 관리하는 직원들은 월급제이기에 돈의 증감 없이 그들을 관리해야 하기에 비슷한 시간을 현장에 상주한다. 조금 불만은 있지만, 불만을 드러내지 못했고 운명이려니 했던 것 같다. 그나마 육체적인 고통이 없는 것으로 위안을 받아야 했다. 그들의 유일한 낙은 잠을 잘 수 있는 시간이요, 식사를 할 수 있는 시간이며, 일년에 한번 주어지는 휴가이다. 1970년대 말부터 1990년이 되기 전까지 지속 되었을 것이다.

 

2000년이 되기 전 해였던 것 같다. 그리스 현장에 배치를 받았다. 우리나라의 근로자를 고용한 것이 아니고 현지업체에 하청을 주었기에 모든 근로자가 그리스 인이었다. 아침 7시에 출근을 하여 점심시간을 포함한 8시간을 근무하고 오후 3시면 퇴근을 한다. 경험하지 못했던 근무환경에 어떻게 적응을 해야 할 줄 몰라 황당해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10여명의 한국 직원은 하청업체의 인력이 퇴근하여 조용한 정유공장의 한쪽 구석 현장 사무실에서 도면을 챙기고 잔여업무를 보며 어두워 질 때까지 근무를 하다 퇴근을 하려 정문을 나올 때쯤, 공장의 경비실은 고요를 깨고 어둠 속에서 퇴근하는 한국직원들을 이해 할 수 없는 눈으로 쳐다 보고는 했었다.

 

그들은 가끔씩 노동조건의 개선이나 임금 상승을 원하며 단체 행동을 하였기에 한달에 한두번은 일을 하지 않았다. 저녁3시에 퇴근한 그들은 집에서 잠을 자다가 저녁 늦게 식당가로 나와 식사를 하거나 밤 문화를 즐기기 위해 나이트 클럽으로 향하여 새벽까지 유흥을 즐긴다고 했다.

 

현장의 근무환경을 몸소 체험한 나로서는 이런 환경들을 이해는 할 수 있겠으나 몸으로 실천하기에는 너무 생소한 일이다. 저녁을 먹고 사무실에 나오지 않으면 불안하리 만치 심리상태안정이 되지 않고, 해가 떠있을 때 현장을 떠나는 그들을 보며, 공기가 지연이 되고 현장이 어려워 지는것이 모두 그런 이유인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샌드위치 휴일을 적용하여 명절 연휴때 일주일 정도 휴무를 하는 본사의 근무형태도 내가 속한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이니, 같은 세대를 사는 다른차원의 사람이 되어있는 내가 이상스럽고 혼란스러울 뿐이다.

 

그렇다고 전에 내가 경험한 근무환경으로 현장을 운영 한다고 해도 지금보다 더 좋아진다는 확신이 들지 않으니, 더 더욱 갈피를 잡지 못할 따름이다.

 

방법은 단 한가지 이다.

이해가 가지 않고 적응이 쉽지 않으니 이젠 일손을 놓고 현장을 떠나는 거다.

회사를 위해, 젊은 동료들을 위해, 긍극적으로는 내 자신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