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01]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 / 알랭 드 보통 지음 / 지주형 옮김
에어컨의 히터를 틀어 놓고 낮잠을 자는 내내 약간 답답함이 몰려왔다. 창 밖으로 옅은 구름이 하늘을 덮어 햇볕을 볼 수 없지만 공기는 상대적으로 신선하게 느껴진다. 주변 산책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으나 요즘 들어 공사로 더욱 더 파헤쳐 진 현장이 불편할 것 같기도 하고 더구나 해가 없으니 우울한 기분이 쉽게 가셔지지 않을 것 같다. 가장자리에 자리한 나의 숙소는 문을 열면 울타리와 접한다.
의자와 책을 챙겨 사람들의 왕래가 없는 공간을 잡아 책을 읽기 시작한다. 새로운 경험이다. 가끔씩 풋살장에서 들려오는 운동하는 함성 소리에 섞여 겨울이라고 하지만 추위가 가신 바람을 맞으며 글자 하나 하나를 곱씹어 읽어 가는 기분.
빠르게 읽기 보다는 한 단어 한 단어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며 읽어본다. 이 책을 접하게 된 동기는 결혼한 딸이 가지고 가지 못한 책들 중에서 무작위로 선택한 책 중의 하나이다.
프로스트라는 사람을 개념적으로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된, 그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이나 행동 그리고 습관을 친구의 입장에서 보고 관찰한 내용의 책이다.
여섯, 좋은 친구가 되는 법
대화는 우리가 처음에 한 말을 고칠 수 있는 여지를 거의 주지 않는다. 이것은 뭐라고 한 마디 말하기 전에는 무엇을 말하려 했는지 알지 못하는 우리의 습성에 잘 들어 맞지 않는다. 반면에 글쓰기는 정정이 가능할 뿐 아니라 상당 부분 수정 작업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정정을 하는 동안 시간이 지남에 따라 원래의 생각들 -빈약하고 분명치 않았 던 생각의 실마리들-은 풍부 해지고 섬세 해진다. 그에 따라, 생각들은 그것들이 요구하는 논리적 · 미학적 질서에 따라서 한 페이지에 등장 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가장 참을성 있는 동반자조차도 화를 내게 하지 않고는 수정이나 부연을 하는 데 한계가 있는 대화가 초래하는 왜곡과 대조된다.
책이란 우리가 습관 속에서, 사회 속에서, 결함 속에서 표출하는 자와는 구별되는, 또 다른 자아의 산물이다.
"대화 할 때 남들을 즐겁게 하려는 대신 이기적으로 자신의 관심사를 설명하려는 사람들은 눈치없는 사람들이다.”
일곱, 일상에 눈을 뜨는 법
어떤 순간에는 삶이 매우 아름답게 보이는데도 삶이 사소한 것처럼 생각되는 까닭은, 삶의 흔적 그 자체가 아니라 삶에 대해 아무것도 간직하고 있지 않은 매우 다른 이미지들에 근거해서 판단을 내리는데 있다. - 때문에 우리는 삶을 멸시하는 것이다.
아름다움이란 수동적으로 접하기 보다 발견되어야 할 어떤 것이라는 것
교양과 자신을 표현하는 능력은 단순한 경로를 통해 얻어지는 것이 아니고, 따라서 사람들을 겉으로 보이는 범주에 기초하여 평 가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