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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4] 결혼 축의금

루커라운드 2019. 12. 15. 19:36


토요일 오후 5시 반 퇴근을 준비 할 시간이다. 일요일 그러니까 내일 K부장 아들 결혼식이 있다는 것을 기억한다. 퇴근 전에 축의금 송금을 하려 회사 게시판의 경조사 공지 글을 열어본다. 송금해야 할 구좌가 눈에 들어 오지 않는다.


아뿔싸!

고등학교 동창들 단톡방의 공지 방법과 헛갈린 것이다. 고등학교 동창회 친구들은 경조사 알림에 경조금을 전달 할 당사자의 구좌번호를 같이 공지한다. 회사직원들의 경우 구좌를 포함하여 공지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대상자의 성향에 따라 축의금을 독려하는 듯한 느낌을 꺼려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허겁지겁 K부장 주변 인물들을 임직원 목록을 통해 검색을 한다. 본사를 떠나 현장에 근무를 한지 제법 오래된 때문에 살갑게 부탁할 직원의 이름이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나마 가끔 회의에 함께 참석했었던 직원의 명단이 눈에 뜨인다.


한국 시간 새벽 한 시반, 실례인줄 알면서도 결혼식 참여 여부와 참석 할 시 축의금전달을 부탁하며 구좌를 보내달라고 문자를 보낸다.


문자를 보내놓고,

왜 이렇게 시간이 임박해서 축의금전달을 힘들게 부탁을 하는 걸까?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일을 처리했다면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할 수 있고 따라서 이렇게 부담스러운 부탁을 하지 않았어도 될 텐데. H 본부장의 자녀결혼 축의금을 전달하면서 유사하게 일을 처리 함으로서 어려움을 겪은지 불과 일주일 밖에 지나지 않았던가?


나이 들어가는 과정에 판단력과 집중력이 떨어져서 나타나는 증상일 것이라 생각해 본다.


요즘의 세태와 달리 나에게 길들여진 습관은 안면을 익히고 한두 번이라도 대화를 한 대상이라면 경조금을 전달해야 한다는 의식을 갖고 있다. 적어도 내가 경제적인 활동을 할 때까지 만이라도,  조만간 회사를 그만둘지라도, 그래서 그 후 내가 어떤 경조사를 맞이하였을 때 그들과의 연락이 되지 안을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아직까지 그 원칙은 철저히 지켜 가고 있다.


더구나 앞에서 말한 두 사람이 경우는 올해 초 큰 녀석 대사를 치를 때 축의금을 전달 받은 기억이 있어 마음의 부담을 갖고 있던 터였다.


조금 더 축의금 전달을 일찍 서두르지 않았던 것은 인터넷뱅킹으로 손쉽게 송금을 할 수 있는 이곳의 환경 때문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송금 구좌가 확보되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일이 아닌가?


한국시간으로 새벽 두 시가 지난 시간에 부탁 한 사람으로부터 회신 문자가 왔고, 송금 부탁을 할 수 있었지만, 만약 내가 한밤중에 그런 부탁을 받았다면 황당 할 수밖에 없던 상황임을 깊게반성 해 본다.


아이러니컬 하게 오늘은 친 조카 결혼식이 있는 날인데도 이런 혼란스러움이 가중되어 잠시 잊고 있었다.